지리산 둘레길과 제주 올레길이 생기고 나서 전국에 둘레길 열풍이 불었다. 바다를 보며 걷는 힐링로드 해파랑길, 충무공이 걸었다는 백의종군길, 북한산성 둘레길, 인천 둘레길, 강릉 바우길, 토성산성 어울길, 태백산맥 문학 기행길 등등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각종 둘레길이 전국 방방곡곡에 생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전국을 일주하는 한반도 둘레길도 생길 기세다. 둘레길이 생기면 외지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니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리산 산골 마을에는 굳이 따로 만들지 않아도 걷기 좋은 길이 많이 있지만 테마가 있는 길이 또 있다면 금상첨화다. 지리산 둘레길은 일박이일에 방영되어 전국에서 많이 찾아오는데 지역 주민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나만 해도 지리산둘레길 코스 중 많이 걸은 길은 대여섯 번 걸었고, 한번 걸어보고 좋았던 길은 몇 번씩 걷고 또 걷는다. 그런데 엄천골에 사는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엄천강과 관련된 숙원사업이 하나 있었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막연한 아이디어로 <엄천강을 따라 한바퀴 돌아 걷는 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로 시작되어 <그래~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네~> <정말로 한번 만들어보자>는 말로 이어졌는데, 유감스럽게도 십년 동안 말만 무성하고 진전이 없었다. 말로는 수 백리 길도 만들었지만 말이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결정적인 동기가 없었던 거다. 그런데 이제 엄천강 물길따라 걷는 길 만들기에 차고 넘치는 동기가 부여되었다. 이번에 엄천강의 비경을 노래한 <화산12곡>이 재야 한학자 이재구 선생에 의해 발굴되어 빛을 본 것이다. 화산12곡은 엄천강의 명승 12곳을 말한다. 구한말 선비 강용하의 문집에 수록되어 있던 <화산12곡>이 국립도서관에서 잠자고 있었는데 이재구 선생이 발굴하여 세상에 내 놓았는데 엄천강이 이렇게 대단한 강인줄 나는 미처 몰랐다. 오래 전 엄천강에 살았던 옛 사람들의 노래와 시 그리고 바위에 새겨진 각자까지 엄천강 문화재가 한꺼번에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나는 엄천강이 왜 행정지도에는 임천으로 되어 있을까? 뭐가 잘못된 것일까? 항상 궁금했었다. 그리고 엄천골의 동강마을은 왜 엄천강마을이 아니고 동강마을로 불릴까도 궁금했는데, 이번에 이재구 선생의 <화산12곡> 논문을 읽고 나서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엄천강이 임천으로 지도에 표기된 것은 해묵은 오류였다. 용유담 상류가 임천이고 용유담부터 유림 손곡까지는 엄천인데, 누군가의 실수로 엄천강이 임천으로 둔갑한 것이다. 이것은 조선시대 수많은 기록과 지도로 확인이 되었다. 그리고 동강이 엄천강의 또다른 이름으로 불린 이유는 동강마을이 바라보이는 암벽에 새겨진 ‘동강대’와 ‘부춘동천’이라는 각자를 찾아냄으로서 밝혀졌다. 중국 후한 때 광무제가 어린 시절 친구인 엄광에게 벼슬을 주려고 했는데 엄광이 사양하고 동강이 흐르는 부춘산에 은거하였다는 고사를 근거로, 엄천강을 동강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오늘 이야기는 횡설수설이다. 엄천강가에 살며 엄천강을 사랑하는 농부가 엄천강의 보물을 접하고 너무 기쁜 나머지 흥분해서 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고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