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새벽은 언제나 분주했다여명이 밝아 오기도 전에 일어나 쌀 씻어 밥을 안치고 신발은 신는 둥 마는 둥 호미자루 손에 들고 밭으로 갔다...공장에 출근하기 전에 통근차량이 오기 전에풀 한 포기 더 뽑고 흙 한 번 더 돋우고 붉은 고추 하나라도 더 따 담기 위해 이랑을 넘나들며 발버둥 쳤다참새는 푸득 날고 까치는 깍깍 울고 어머니의 얇은 치마는 이슬에 젖어 달라붙었다새벽이 닳아 없어지도록 어머니는 일만 했다목장갑은 헤지고 손톱은 까매지고 팔은 부들거렸다고개를 돌리면 풀이 보이고 붉은 고추가 보이고공장갈 시간에 쫓겨 발걸음을 돌리다가도 밭둑을 다시 넘어 풀을 뜯어내고 고추 한 번 더 따고 호미질 한 번 더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 왔다절 꽃은 하얗게 터지고 머루는 까매지고풀냄새를 실은 바람이 어머니를 따라 왔다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밥상을 차려야 했다처마 밑 받아 둔 물에 발을 씻고 손을 씻고된장찌개를 끓이고 고추장 찍어 먹게 양파를 썰고찬 물에 밥 말아 몇 숟가락 뜨다가 어느 날은 숟가락도 들어보지 못하고통근차량 놓치겠다며 서둘러 집을 나섰다어머니가 머물던 텃밭엔 들깨가 자라고 가지와 토마토가 열리고 고추가 익어가고 공장에 다니며 농사를 지어야 했던 어머니의 새벽은 늘 분주했다꼭두새벽에 일어나 아침도 먹지 못하고몸이 부서져라 일만 하더니위암 선고를 받고 몇 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자식들이 동네사람들과 함께 진짜 잔치처럼 벌이겠다던팔 순 생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채 이동우(한국언론진흥재단)저서 : 잊지마 기억해, 시골로 떠나는 소풍, 안다미로 프로젝트(공저) 등블로그 : 공간과 사람 그리고 문화(www.dongdong-moon.com)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