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올려다보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네요. 겨울 추위에 밤에 집밖을 나가본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오늘 마당 빨랫줄에 걸린 옷을 거두면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네요. 고향 하늘에도 저 별이 반짝일텐데... 부모님은 혹여 밤하늘의 별을 한번쯤 보고 계실지, 별을 보면서 한국의 딸을 생각하고 계실지 궁금해지네요.어릴 적 학교 수업을 마치고나면 소먹이용 풀을 베거나 소와 염소를 무리로 몰고 나가 풀을 먹이곤 하였는데 고산지대 산등성이에서 염소와 소를 풀 먹이며 어쩌다 염소 한 마리가 길을 잃어 온 식구가 염소를 찾아 늦게 집에 들어갈 때면 밤하늘 별빛을 보며 집에 들어가곤 했던 기억들이 이 밤 추억으로 그리워지네요. 달빛과 별빛에 길을 살펴 고불고불 산길을 거닐던 추억들, 이제 또 언제 그런 추억을 만들 수 있을지. 한국 생활도 어느덧 10년째에 접어들고 있는데요. 빨리 빨리, 한국의 문화 중 빨리 빨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쩌면 너무 빠르게만 생각하고 한국 문화에 적응하려 바삐 살아온 탓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로 인해 잊고 있었던 많은 일들도 추억하지 못하고 챙기지 못한 일들도 많았던가봅니다.두 아이 키우랴 농사일 하랴 참 바쁜 세월이었지만 이젠 밤하늘의 별도 보고 추억도 새기면서 살아보고 싶네요. 별님을 보며 차가운 밤공기를 뒤로하고 방에 들어오니 고향 아버지께서 전화를 주시네요.훗~^^ 아빠도 별을 보며 딸을 생각하셨던가봅니다. 엥~? 전화를 잘못 거셨다네요. 전화기를 만지다가 실수로 누르셨다고. 그래도 참 많이 발전되었답니다. 처음 한국에 시집 왔을 때만해도 전화 한번 하는 것도 부담이었지만 받는 것은 더욱 어려웠답니다. 전화비 부담도 있었지만 고향 부모님은 네팔에서도 산골짜기에 사셨던 탓으로 전화기가 터지지 않아 통화 한번 하기가 정말 어려웠지요. 힘들고 외로울 때 전화마저 못하고 말 한마디 의논하기 힘든 세월 속에 살아온 나날들. 그러나 요즘, 어느새 두 아이 엄마가 되고 한국 아줌마가 되어 있는 자신을 많이 느낀답니다.엄마가 한국에 다녀가시고 동생이 한국에 두 번째 들어오고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속에 이별이 아닌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는 기대감과 행복함으로의 변화. 조금씩 보내 드리는 용돈만으로도 의식주를 해결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게 된 부모님께서는 이제 전화 한통에서도 농담을 하시고 마음까지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신 듯 하네요.그러나 경제적으로 아직 어려운 네팔. 산악지대가 많고 산 능선마다 옥수수 감자를 심어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지요. 3월이면 네팔에 갈 예정인데 이번에 가면 조금은 의미있는 추억 하나 만들고 싶네요.남편은 네팔 방문당시 제가 다녔던 학교의 전교생에게 노트와 연필을 선물했는데 그때 무척 행복하고 소중한 보람도 느꼈다고 하면서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노래를 하곤했는데 어쩌면 이번에 남편의 그 소원을 이뤄낼지 모르겠네요.남편의 바쁜 일상들, 먹고 사는 일들, 그러한 바쁨을 뒤로하고 아내인 저의 행복에 함께 행복해하며 고향에 함께 여러 날을 같이 하려는 모습. 그리고 소중한 보람을 느낄 네팔에서의 봉사를 꿈꾸는 모습 속에 이제 조금씩 남편에 대한 저의 생각도 존중이 아닌 존경이 가슴속에 느낌하고 있는가봅니다.생각해보면 막연히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남편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단순했던 것 같아요. 쉽고 편한 대상으로서의 외국 여성을 선택한, 그러한 어느 한명중의 남편 정도로 생각했던 저의 소견이 이제 나의 남편은 그게 아니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어쩌면 저의 처음 오해와 같은 생각처럼 이 땅의 수많은 결혼 이주여성 중에도 많을지 모르지요. 조금씩 신뢰가 쌓이면서 믿음의 깊이도 바뀌어가는 게 삶의 진정한 모습인거 같아요.부디 함양의 결혼 이주여성 친구분들과 그 가정들에서는 신뢰와 믿음 존중과 존경이 함께하는 삶 이루시고, 사회 적응에서도 행복이 넘치는 삶 보람이 함께하는 삶 이루시길 바랍니다.주간함양 독자님 다음엔 네팔의 현지 소식을 생생하게 들려 드릴게요. ~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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