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일기예보에서 날씨와 바람의 속도는 무엇을 어떻게 챙기는것부터 어떤 옷을 입을지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게 하는 우리 일상 생활에서 꼭 필요한 중요한 정보가 되었다.이순신 장군은 난중일기에 그날의 바람 불기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였다하니, 바다에서 배를 지키고 다루는 일은 유비무환 자세로 바람까지 늘 대비하게 하였다.옛사람들은 이리저리 부는 바람의 이름을 바람의 세기와 부는 방향에 따라 정겹게 표현하여 이름을 여러가지 지어 불렀다. 바람의 종류로는 샛바람, 하늬바람, 마파람, 높바람, 높새바람,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다르게 불러지기도 한다.산바람과 골바람은 밤, 낮으로 바람 방향이 바뀌어져 낮에는 골바람이 산허리를 타고 골짜기에서 산꼭대기로 불어 올리고 밤에는 산바람이 골짜기를 타고 불어 내린다.겨울철 산아래 냇물과 골짜기를 끼고 있는 마을이 바람이 더 찹게 느껴지는 이유다."샛바람에 게 눈 감기듯" 은 몹시 졸린다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고, "하늬바람에 곡식이 모질어진다" 는 여름이 지나 서풍이 불게 되면 곡식이 여물고 대가 세진다는 말이다.이렇듯 우리나라 정서에 어울리는 정겨운 말들로 바람마다 표정과 색깔이 살아 있다.바람이 불면 나뭇가지가 움직이고 나뭇잎은 흔들리며 꽃잎은 바람결에 떨어진다. 바람은 어떤 대상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어 그 대상으로 하여금 존재를 각인시켜주고 흔들림, 움직임으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생명의 시작과 끝을 무한적 반복하며 주변의 대상을 통해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바람달에 심술이 고약한 바람의 여신은 영등할매다.영등할매는 음력 이월 초하루 하늘에서 내려왔다가 스무날 다시 올라간다는 바람을 다스리는 풍신이다.영등날 바람이 불면 딸을 데리고 오는 것으로 딸이 입은 다홍치마가 나폴대어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해 꽃바람을 불게 하여 그해 농사는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영등날 비바람이 불면 며느리가 곱게 차려입은 명주치마를 얼룩묻히고 젖게하려고 심술을 부려 비가 오는거라 생각해 풍년을 점치었다.그래서 옛사람들은 영등할매가 며느리를 데리고 오게 하기 위여여 초하룻날 정화수를 떠놓고 정성껏 음식을 차려서 성격이 까다로운 영등할매께 빌었다.농경시대에 풍신으로 바람을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영등할매를 정성껏 모시면 한 해 농사는 풍년이 들고 집안에는 화평이 찾아든다는 믿음이 있었다.어릴적 세시 풍습으로 여러가지 음식을 차려서 고사를 지내고 부엌에서 소지를 높이 올리며 두손을 비비며 치성을 드리던 어머니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붉은 황토를 퍼담은 그릇에 소나무 가지를 꽂아 오색헝겊을 매달아 부엌에 두고, 말린 쑥을 푹 삶아 떡메로 치고 콩가루를 묻혀 쑥떡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었던 기억이 있다.집집마다 바람을 관장하는 신께 자신들의 방법으로 치성과 정성을 다하였던 것이다.바람신이 미워하는 며느리와 올 때는 바람이거세게 불지만. 사랑하는 딸과 올 때는 바람이 잠잠해진다고 하니 어쩌면 우리 할머니들 세대의 심리적인 모습과 마음이 닮은듯 하다.영등할매는 어머니들의 집안 근심걱정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는 소망의 신이라 더 친근감이 든다.농촌에서 영등은 해동을 한 땅에 일년의 농사를 준비하고 밭에 작물을 심는 노동의 시작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바람달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절기에 북서풍을 몰고 오기 때문에 음력 이월은 남부지방에 바람이 많이 불고 변덕스런 날씨가 이어진다.바람달에는 영등할매 심술궂은 변덕으로 하루에 날씨가 몇 번씩 변화면서 비바람 불고 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찾아 올것이다.춥고 시린 바람, 매섭고 무서운 바람소리가 아니라조상님들의 간절한 바람처럼 어떤 일이 이루어지길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처럼 콧속을 뻥 뚫어 주는 시원하고 따뜻한 봄바람을 기다린다.변덕이 죽끓듯하는 영등할매 비위를 잘 마추어 한 해 농사를 풍년을 기원했던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수 있는 정겹던 민속풍습이 사라져가는 현시대라 마음이 아련하다.온나라를 강타한 말도 많고 시끄럽던 이런 저런 바람중에 이제는 축산인까지 힘들게 하는 구제역 바람까지 불고 있으니 걱정이다.이젠 제발 "바람아 멈추어 다오" , "따뜻한 봄바람만 불어 주오" 어서 봄꽃소식이 바람따라 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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