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행달. 그녀가 두 번째 시집을 안고 독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집에 박힌 박행달이라는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다. 입 안에서 혀 굴러가는 소리까지 예쁘게 만들어 버리는 그 이름, 행달이라니. 그녀는 시인이면서 사과 따는 농부이며 주부이자 문화관광해설사이다.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긴 해도 역시 박행달은 시인이다. 첫 시집 2011년 12월 ‘삐에로의 일기’를 발간했을 때만해도 한평생 소원성취로 끝내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쉬지 않았다. 2017년 2월 이렇게 불쑥 55편의 작품을 엮어 그녀의 두 번째 시집 ‘나의 유전인자’를 발간했다. 첫 시집 ‘삐에로의 일기’가 사람 박행달의 이야기라면 ‘나의 유전인자’는 시인 박행달의 이야기쯤 된다. 사과농사를 지어서인가, 그녀는 씨앗, 줄기, 잎, 열매로 엮은 4부짜리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시의 행간에는 독자들에게 해석을 바라는 의미를 담아뒀다. 박 시인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문예활동을 해 왔다. 그러다 그녀가 시로 두각을 보인 것은 1986년 천령문화제에서 ‘살아서 삶을 찾아서’라는 시제로 장원을 차지하면서부터다. 그 후 그녀는 지리산문학회 동인지 31집부터 활동을 시작해 오늘에 이른다. 강희근(경상대 명예교수) 시인은 서평을 통해 “박행달은 글쟁이다. 글쟁이 중에는 시인이 있는데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륜’으로 태어난 시인이다.”라고 했다. 말하자면 ‘나의 유전인자’를 통해 “글쟁이의 유전인자는 산과 산으로 대유되는 자연의 오묘한 인연을 내포하고 따라서 태어난 비밀이 자연인 것처럼 글쟁이 시인도 산이라든가 자연이 갖는 천연적 섭리를 통해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그녀가 시의 매력에 빠진 것은 시가 주는 함축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모든 것을 얘기하지 못할 때 그녀는 그것을 대신할 시어를 찾는다. 전부를 드러내지 못할 때 그녀는 시 속에서 자유로운 날개를 단다. 24시간 그녀는 시와 함께 한다. 시를 쓰는 시간을 따로 두지 않는다. 습작을 위해 시간을 따로 놓아둘 수 없다. 그녀는 바쁘다. 그도 그럴 것이 과수댁으로, 해설사로, 주부로 뛰어다니다 보면 시인으로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그녀는 24시간 시인으로 살아간다. 사과를 솎을 때도, 관광객을 만날 때도, 밥을 지을 때도. 그녀의 열정으로 볼 때 항상 영감이 떠오르리라 짐작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그녀의 시는 노력의 산물이다. 주위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시어를 찾아내어 시로 탄생시킨다. 그것이 시를 쓰는 시인의 작업이다. 박행달은 함양에서 시를 쓴다. 그래서 그녀의 시는 함양이다. 함양의 자연과 역사와 사람이 박 시인을 통해 시가 되었다. 박 시인은 “많은 일을 통해 함양을 사랑하게 되었다. 함양에 대한 애정을 해설사, 과수원댁으로 풀어냈다. 3집을 위해 나는 반성, 사과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한다. 이 모든 것이 시를 쓰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벌써 그녀의 세 번째 시집이 기다려진다. 박행달 시인은 2007년 계간 『문학예술』 등단, 2011년 처녀시집 『삐에로의 일기』 출판했다. 2010년 『인산&죽염』 전국 시공모전 본상 수상, 2012년 단행본 『지리산명인열전』 공저, 2013년 제1회 지리산함양문학상 수상했으며 경남시인협회 회원, 경남방언연구보존회 회원, 현) 한국예술인협회 회원, 경남문화관광해설사(함양)로 활동하고 있다.박행달 시인출판기념회일시 : 2017년 2월22일 수요일 오후6시장소 : 함양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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