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山 지리산. 함양 사람들에게는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지리산은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은 3개도 1개시, 4개군 15개 읍면의 행정구역이 속해 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넓은 면적인 483.022㎢. 천왕봉(1915m)을 비롯한 중봉(1875m), 제석봉(1806m) 등 1000m 이상 고봉이 20여개. 이 같은 단순 수치로 지리산을 알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리산은 우리에게 무언가 특별한 마음의 울림을 가져다준다. 김종남(여·50) 휴천면사무소 산업경제담당에게 지리산은 아주 특별한 곳이다. 그녀는 지난 1월1일 새해 첫날 남편과 함께 지리산 천왕봉 200회 등정을 완료했다. “올해가 바로 지리산이 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고, 그리고 올해 제가 50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기념하며 200회 등정을 했습니다.”
그녀는 지난 2월15일 만남에서 201회 등정을 마쳤다고 이야기했다. “항상 오르지만 매번 다른 것이 지리산입니다. 그래서 지치지 않고 오를 수 있는 것 같아요” 4계절 옷을 갈아입는 지리산의 매력이다. 봄이면 붉게 물든 철쭉이, 여름이면 온갖 푸름을 간직한 식물원으로, 가을이면 오색 단풍이, 그리고 겨울이면 흰 이불을 덮은 설국의 느낌까지. 그녀는 200회 지리산 등반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직접 느껴왔다.
어떤 특별한 매력이 있기에 그녀는 그토록 지리산을 고집할까. “다른 산은 몇 번 가봤는데 지리산 같은 곳이 없어요. 애인 같은, 친구 같은 존재가 바로 지리산이에요” 함양으로 시집온 산청 처녀, 그녀가 지리산의 매력에 빠진 것은 92년 봄이다. “지리산이 뭔지도 모르고 지인과 함께 올랐는데, 너무나 좋았어요. 그래도 그때는 이렇게까지 지리산에 오를 것이라는 생각은 못 했죠” 그해 가을 함양군 공무원으로 발령 받고, 결혼과 육아 등으로 처음 올랐던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광은 가슴 속에 묻어 둘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육아에서도 벗어나고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이후 본격적으로 지리산을 오르기 시작해 지난 2011년 5월5일 어린이날 남편과 함께 지리산 100회 등반을 달성했다. 그리고 5년 만에 지리산 200회 등반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그녀의 등반 단짝은 남편 권문현(함양우체국 근무)씨다. 그녀가 산을 너무나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어 산에 가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 “걸음이 빠른 남편과 함께하기 위해 항상 제가 앞장섭니다. 남편이 보조를 맞추지요. 남편은 제 인생 가장 든든한 동반자지요.”그녀는 1달에 1~2번씩은 꼭 지리산에 오르자는 스스로의 원칙을 정하고 꾸준하게 실천한다. “갈 때마다 힘은 들지만 그 만큼 얻는 것도 많습니다. 2~3주 동안 산을 오르지 않으면 몸에 병이 나는 것 같이 몸이 아픕니다.” 그녀는 힘들다는 지리산 종주도 14번이나 완료했을 만큼 지리산 앓이에 흠뻑 빠졌다. 지리산을 오를 때는 힘에 부치는 경우도 있지만 오르면서 해소되는 스트레스, 그리고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은 그녀가 살아가는 힘을 준다.
매번 산에 오르지만 예기치 못한 산행사고도 경험했다. 한번은 탐방로를 잘못 들어가 조난당할 위기도 겪었으며, 눈길에 미끄러져 다치기도 했다. “산에 갈려면 큰 산으로 가는 것이 더욱 안전합니다. 많은 산행객들이 다니니 안전사고도 막을 수 있고, 그만큼 시설이 잘 되어 있어요” 200번을 넘게 지리산을 오른 그녀의 당부다.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는 칠선계곡을 꼽았다. “칠선계곡이 아름다운 것도 있겠지만, 가고 싶다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눈 내린 겨울 지리산에 대해 “천국이죠. 산 아래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결코 그녀의 산행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다. 백무동에서 천왕봉까지 왕복 7시간 30분 정도다. 무리하지 않고 욕심 부리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오른 것이 200회를 넘어 섰다.
“욕심은 없어요. 딱 몇회까지 정해놓지 않고, 발에 힘이 들어갈 때까지, 아니면 이제 그만둬야 되겠다 생각이 들 때까지 올라갈 생각입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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