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함양의 거리 풍경은 혹독합니다. 꽁꽁 얼어붙은 경제 한파로 가계 빚이 한없이 늘어나 서민들은 빚더미에 눌려 덜덜 떨기만 합니다. 함양의 거리를 어슬렁 다녀보면 어제까지 말짱하던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옷가게가 없어지고 미장원이 생기고 꽃가게가 없어지고 분식점이 생기고, 메이커집이 없어지고 분식집이 생깁니다. 간판이 바뀌고 가게 문이 닫혀져 있는지 오랩니다. 상호를 바꾸며 업종을 바꾸며 우후죽순 소멸되고 생기는 새 가게들도 결국에는 일 년을 못 버팅기고 문을 닫고 폐업합니다. 이빨 빠진 영구를 보듯 군데군데 문을 닫은 가게가 많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가게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개점휴업”을 말합니다. 문만 열어 놓았을 뿐 물건을 사가는 손님은커녕 구경하러 오는 사람조차 드물다는 겁니다. 외식은커녕 분식이 주식이 되었습니다. 마트에 가보아도 서너 사람 빈 바구니 들고 무엇을 사야 할지 몰라 서성거릴 뿐입니다.
나라 빚도 개인 가계 빚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연일 보도됩니다. 함양이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서민경제가 얼마나 어려운가 알 수 있는 확실한 거울은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맛있는 것을 잘 사먹고 외식을 잘하고 옷을 잘 입고 여행을 자주 가면 경제가 술술 잘 풀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그렇지 못하면 경제가 막혀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급기야 학원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아졌습니다. 영어와 수학은 기본이고 어렸을 때 재능을 키워주기 위한 글쓰기, 피아노, 미술, 태권도, 서예, 로고 같은 과목도 학원을 많이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필수 기본 과목 한 두 개 만 다니고 다른 학원들은 다 끊었습니다.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녀 교육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고 올인하겠다던 함양 학부모의 무서운 교육열이 어려운 경제로 인하여 마지막 최후의 전선을 지키지 못하고 후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서민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현상은 길거리 포장마차입니다. 전에는 함양읍내에서 포장마차를 구경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급기야 함양은 포장마차 전성시대에 돌입했습니다.
동문로타리, 성심병원 옆, 신협 맞은 편. 연밭머리, 키모마트 길가, 한주 아파트 입구, 중앙시장 주차장, 킹마트 사거리 등 다 파악할 수 없지만 많은 수의 포장마차가 이번 겨울 경제 한파에 생겨난 것입니다. 얼마나 경제가 어려우면 한겨울 길가에 나섰겠습니까. “한 푼이라도 벌어야지요. 직장을 어디에서 구해요. 있던 직장에서도 쫓겨났는데 누가 도와주겠어요. 사는 게 점점 나아지는 게 아니라 점점 힘들어지니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없는 사람은 추운 길거리에 나서고, 있는 사람들은 공항에서 따뜻한 나라로 놀러가느라고 발 디딜 틈이 없으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없는 사람에게 겨울은 길기만 하고 불편하고 너무 추워 겨울이 빨리 끝나주기만을 바랍니다. 쥐꼬리 월급마저 자르는 연말 정산과 주민세 자동차세까지 또 올라간다는 소문이 들려오니 13월의 추위는 극한을 가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없나 살펴보고 작은 정성으로 십시일반 도와 어려운 시절을 헤쳐 나가는 따습고 인정 많은 고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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