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뉴스에 설 귀향 열차표 예매 현장에서 표를 구한 젊은이가 기뻐하는 모습에 설이 가까이 왔고 모든 사람들이 고향에 몰입되는 시기임을 알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중에서 가장 따뜻하고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단어가 어머니와 고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향을 또 다른 말로 모향(母鄕)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태어난 곳의 의미뿐 아니라 어머니의 따뜻한 품 같은 곳이고 철이 없어 순수했던 유년의 추억이 있고 어떤 모습으로 찾아가도 안아 주는 곳이 고향인 것 같다. 누구나 태어난 고향이 있기 마련이고 싫든 좋든 자신의 그림자처럼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림자가 어둠속에서는 묻혀 버리지만 빛이 있으면 언제나 모습을 나타내듯이 고향역시 바쁜 일상 속에서는 깊이 감추어져 있다가 혼자 있거나하면 문득문득 마음자리에 나타난다. 고향에는 옛 농촌 서정이 녹아있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라는 시속의 풍경일 수도 있고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의 동요 고향의 봄 같은 아기자기한 고향도 있을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현대 젊은이들에게 고향을 물으면 모두 산부인과 분만실이라고 한다는데 태어난 곳이 다르다고 해서 고향에 대한 애틋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혼과 재혼이 많은 시대에 부모도 문서상 바꿀 수도 있고 정들면 고향이고 제2의 고향이라는 말도 있지만 진짜 고향보다는 못하다는 역설적인 표현일 것이고 유전자도 바꿀 수 있는 세상이지만 친부모 진짜 고향은 바꿀 수 없는 부동의 위치에 있다. 요즈음 우리고장 출신 이외수 작가의 문학관 건립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피어나고 있다.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동절기에 머무를 수 있는 시설이 출생지에서 멀지 않은 안의 밤숲에 마련 중에 있다고 하니 그곳이 작가 최고 걸작의 산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예전에 읽었던 작품 장수하늘소나 황금비늘에 대한 기억도 가물하여 이외수 작가 곁을 기웃거려 볼 요량으로 지난 성탄절 딸아이에게 출판된 작품 모두를 선물해 달라고 하였더니 130권정도 된다고 하여 그 분량이 놀랍기도 하고 형편상(?) 다섯권을 선물받아 연말을 책읽기로 보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은 서로 통했다는 것이고 의기투합됐다는 말도 될듯하다. 이외수 작가의 마음이 고향을 향해 다가올 때 환영하는 희망의 손수건을 달아 놓아야 할 것이다. 지난 3일 눈덮인 삼봉산을 혼자 등반하면서 눈 위에 첫 발자국을 찍고 그 발자국을 따라 하산하면서 돌아 갈 곳이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도 행복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고향이 있어도 갈 수 없는 실향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돌아갈 고향이 있음이 얼마나 다행한일인가 고향의 소중함이 여기에 있다. 연어가 모천으로 돌아오는 것은 조건이 아니라 그냥 고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 고향을 사랑하겠지만 특히 출향인 중에 많은 분들이 고향 사랑을 실천하는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다. 고향 사랑은 출향인들만의 몫이 아니다.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이기도 하다. 올 한해 고향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여 아름답고 따뜻한 고향 만드는데 한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추신: 감성이라는 사냥도구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우리고장에서 태어난 언어 사냥꾼 이외로운야수 그 남자의 쾌유를 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