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智異山)! 백두산에서 그 맥이 흘러 왔다고 두류산, 봉래(금강)·영주(한라)산과 함께 삼신산으로서 방장산,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워진다며 지이산(智異山)이라 쓰고 지리산이라 부르는 민족의 영산.그러나 파르티잔과 토벌군간의 사상과 이념의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피아간 수많은 젊은 목숨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그 산에 기대어 살던 많은 무고한 양민이 피 흘린 질곡의 우리 현대사를 오롯이 품고 있는 산이 지리산이다. 또한 지리산은 온갖 전설과 설화, 민족종교와 무속신앙의 탯자리이자 벽송사, 실상사, 대원사, 쌍계사, 화엄사 등 많은 고찰은 물론 고운 최치원, 남명 조식, 점필재 김종직, 우천 허만수, 성낙건, 이원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인들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간사한 인간들이 마구 파헤치는 생채기를 참고 나날이 몰려드는 산행객을 의연하게 맞이해주는 산이다. 그 지리산은 경남과 전남·북의 5개시군(함양, 산청, 하동, 구례, 남원)에 걸쳐 있으며, 사단법인 숲길에서 산자락 21개 읍면 120여개 마을의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이어서 지리산을 한바퀴 도는 274㎞의 “지리산둘레길”이라는 장거리 도보여행길을 만들었다. 내가 지리산 자락에 터 잡고 근 30년 가까이 살면서 또한 일부구간이지만 그 둘레길로 밥벌이 다니면서 언젠가는 지리산둘레길을 꼭 한번 걸어야지. 뭐 거창하게 지리산 자락의 지리와 문화, 역사의 의미를 찾아보고... 하는 말은 민망할 뿐이고, 그저 이어가는 길가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풍경과 자연의 소리를 보고 듣고 느끼도록 하자는 생각으로 지난 제69주년 광복절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둘레길 274㎞는 700여리, 산술적으로 계산해서 하루에 50리(20㎞) 정도를 걷는다면 14일쯤 걸리는데, 빨리 걷겠다며 조급해하지 말고, 그렇다고 게으름을 피우지도 말며, 제1구간(주천~인월)부터 제22구간(산동~주천)까지 육체와 정신건강을 위해 시간되는 대로 천천히 걸어보자는 생각으로. 결과적으로 둘레길 22구간 274㎞중 2개의 원전회귀와 한 곳의 이중구간 33.8㎞(서당-하동읍 7.1㎞, 목아재~당재 8.1㎞, 오미~난동 18.6㎞)를 제외한 240여㎞를 열흘간 걸었으니 여름부터 겨울까지 하루에 평균 24㎞(60리)를 8시간씩 걸은 셈이고, 가는 곳마다 사람을 만나면 먼저 인사를 했고, 기록을 위해 사진을 찍었지만 생활공간이나 사람은 찍지 않았다. 길을 걸으며 느낀 점은, 대부분의 산촌마을들은 빈집이 늘어나고 쇠락해 가고 있었지만, 계곡이나 경관이 수려한 곳은 고급 전원주택들이 들어서 있었다. 지역별 특징으로는, 고산분지인 남원의 운봉과 인월은 비교적 너른 들판에 나락농사를 짓지만 농로포장이 덜 되었으며, 산내는 고사리 재배를 많이 하고, 함양 마천은 호두나무와 옻 주산지답게 옻나무가 많았다. 내가 사는 휴천은 별 특징 없는 산촌이었으며, 산청 금서 또한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이 있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특징이 없었고, 산청읍에서는 약초재배단지와 경호강에 레프팅하는 모습을 보았고, 단성에는 밤나무가 많았다. 남명선생의 혼이 서린 시천(덕산)은 온통 감나무 천지였다. 하동 청암은 취나물 재배를 많이 하고, 화개는 차나무와 대봉감, 그리고 대하소설 <토지>의 탯자리인 평사리 무딤이들, 구제봉과 형제봉에서 나는 페어글라이딩을 보고 나도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최참판댁 일원에서 열리는 토지문학제도 볼 수 있었다. 구례는 여름철이면 군의 꽃 원추리가 온통 만발하고, 토지·마산·광의면은 다른 지역에 비해 너른 들판이 있었고, 오미리의 운조루와 인근에 즐비한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살기좋은 동네라 느껴졌으며, 산동은 산수유나무가 지천이었다. 산동은 산수유꽃 피는 이른 봄에 다시 걸어야겠다. 이번에는 혼자 설렁설렁 걸었지만 다음에는 좋아하는 사람과 민박집에서 하룻밤 자기도 하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다시 한번 걷고 싶다.http://blog.daum.net/tnddlse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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