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세월은 어김없이 무심히 흘러 어느 덧 우리의 곁을 떠나갑니다. 이럴 때 무엇이 내 곁으로 지나갔는가를 세월의 끝에서 한번 쯤 조용히 되돌아보는 것은 의미 있다 하겠습니다. 나는 상림 숲이 보이는 카페 창가에 혼자 앉아 커피 향 내음을 맡으며 조용히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정지된 듯한 겨울의 풍경. 올 한해 나는 무엇에 그리 바빴을까요? 생각에 잠겨봅니다.
요즘 TV N에서 방영되는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생’이란 바둑에서 ‘아직 완전히 살아있지 않은 상태’로 ‘완생’의 반대 의미를 나타냅니다.
고등학교만 나온 ‘장그래’라는 젊은이가 2년간의 대기업 계약직 사원으로 채용되어서 정신없이 업무를 수행해가는 과정에서 완생의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인데 흥미진진하고 가슴을 짠하게 하는 감동의 부분들이 많이 나와 장그래의 인기는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가 매력적인 것은 우선 말이 없습니다. 조용히 꿋꿋이 맡은 바 일을 해 나갑니다. 또 겸손합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진솔하게 마음을 다하여 대하고 서둘지 않고 천천히 90도 허리 굽혀 인사하는 모습은 일품입니다. 계약직의 멸시를 다 받으며 천한 일을 해도 그의 행동은 천박하게 느껴지지 않고 왠지 감동이 온다는 것입니다.
그는 무슨 일이든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보다 가진 것이 없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에 자신이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불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늘 따뜻한 마음으로 본질을 생각합니다.
장그래에게는 아주 특별한 재능이 있습니다. 사물을 보고 읽는 관찰력입니다. 이는 네다섯 살 때부터 익힌 바둑 습득의 과정에서 형성된 것인데 어떤 실체의 본질과 상황과 문제와 길을 한눈에 보고 관찰하고 파악하고 통합하고 길을 찾는 숨은 재능이 오랜 바둑의 숙련으로 내면에 형성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는 늘 길을 묻고 길을 생각하고 어느 길이 최선인가 길을 찾아냅니다.
나는 그의 이름에 매혹됩니다. 이 드라마를 이해하는 첫 번째의 키가 바로 이 ‘장그래’라는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는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기를 나타내는 아이디로 ‘YES’를 씁니다. ‘YES’란 ‘네’입니다. ‘그래’입니다. ‘네’나 ‘그래’는 ‘그렇다’는 긍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긍정의 힘이 어떻게 기적을 나타내는가를 보여줍니다.
장그래는 어느 날 작은 메모지에 ‘YES?’ 라고 썼다가 ‘장그래, 할 수 있어. YES!’라고 씁니다. 그 메모지를 접어 회사 현관 기둥 모퉁이 사이에 아무도 모르게 끼워 놓습니다. 거대한 대기업의 건물 한 기둥의 틈새에 나약하고 보잘 것 없지만 한 부분을 같이 바치고 싶다는 마음을 끼워 놓은 장그래. 그리고 힘들 때마다 종이를 빼내어 펼쳐보고 다시 끼워 놓으며 마음을 다잡는 그의 아름다운 도전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한해가 갑니다. 당신의 운명이 어떻게 흘러왔더라도, 당신이 어떠한 어려움으로 고통과 슬픔에 있다하더라도 최선을 다하여 ‘그래, 할 수 있어. YES!’ 긍정의 힘으로 내일을 시작해 보십시오. 2015년, 미래는 당신의 편에서 길을 열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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