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림숲에 행복한 원앙 가족이 둥지를 틀었다. 5월의 신록 속에 부화한 원앙 새끼들이 산책로 주변에 경계심도 없이 종종 걸음으로 앙증맞게 다니는 모습으로 행복감에 젖게 하더니 요즈음 짝짓기 시기인지 수놈의 화려한 자태를 볼 수 있게 되었고 숲 중앙으로 흐르는 인적이 드문 개울에 20여 마리가 넘게 무리지어 살고 있다. 지금보다 생태환경이 훨씬 좋았던 60년대에도 없었던 원앙 가족이 상림 숲에 깃들어 삶의 둥지를 튼 지 몇 년째다. 상수도 집수를 위해 못을 만든 이후 생긴 변화인 것 같다.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공원 숲이 원앙이 서식하는데 최적의 조건이 아닌데도 보금자리에 잘 적응해 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외국인이 귀화하기 시작한 시기가 삼국시대 초엽으로 추정된다고 하지만 가야국 수로왕이 인도 아유타국 허황옥 공주와 혼인 하였다는 설이 있는 것을 보면 그 이전부터 유민들이 들어와 살았을 것이다. 반도국가로 지정학적 위치가 대륙과 해양이 접해 있어 남방과 북방의 인류나 문화가 교류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토착 성씨와 외래 성씨가 비슷한 것을 보면 한반도에 들어온 선조들이 많았음에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근래에는 농촌지역에 시집오기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외국 신부를 맞이하는 농촌 총각들이 많아져 다문화 가정이 이루어지고 신생아 출생이 뜸했던 농촌지역에 어린애 울음소리로 생기를 돌게 만드는 참으로 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신부들이 생활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이혼 사례가 늘어나 안타까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혼은 사생활 영역임으로 개입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들이 이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회적인 편견에 소외감도 한 몫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들이 모국이 우리보다 지금 소득이 낮고 모습이 조금 다르다고 해서 홀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이 민족 신화나 건국 신화역시 우리와 같은 천손 신화 또는 영웅 신화가 있는 자긍심이 높은 나라의 신부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풍습에 신부의 출신지에 따라 택호를 지어 부르는 부계중심 사회 속에서도 모계를 인정해 주는 평등한 좋은 제도가 있다. 외국인 신부들에게 모국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주고 인정해 줄 수 있는 출신국가나 지방의 이름을 붙여 택호를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난주 11~12일 양일간 부산에서 아세안 회의가 열렸다. 회원국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많은 행사를 열어 세일즈 외교를 펼쳤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우호적인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시집온 딸들이 존중받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동남아 국가들이 새로운 경제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나라들과 사돈나라가 되는 것은 우리의 우호적인 경제 영토를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부모형제 친구와 정든 고국을 떠나 대한민국에 행복한 둥지를 틀기 위해 귀화한 신부들이 자리 잡지 못하고 떠나는 실망의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그들이 낳은 2세들이 대한민국과 어머니 나라와의 연결고리로 미래에 큰 역할을 할 것이기에 이혼으로 인한 결손 환경에서 자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추운겨울이다. 그들이 마음이 시리지 않도록 둥지를 살펴보자. 이제 그들이 아닌 이 나라의 당당한 주인인 우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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