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시장 내 은희분식. 김용태·오숙희 부부가 운영하는 이 식당은 점심시간이면 빼곡하게 할머니들이 자리를 잡는다. 20~30명이 한꺼번에 자리 잡으니 포개 앉았다가 맞는 표현이다. 앉을 자리가 없는데도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할머니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밀착해 자리를 마련한다. 넉살 좋은 할머니는 엉덩이를 밀어부치지만 불평이란 찾아볼 수 없다. 그때부터 둘러  앉은 할머니들의 이야기 삼매경이 시작된다. 7평의 자그마한 은희분식은 늘 어르신들의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편안한 사랑방 역할을 한다. 특별할 것 같지 않은 특별함이 묻어나는 은희분식.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식당의 풍경과 만난다. 4~5평 공간과 장판이 깔린 마루에 4개의 탁자가 놓여 있는 것이 전부다. 이곳은 단골부터 남다르다. 대부분이 70~80대 할머니들로 거동이 불편하신 90이 넘은 할머니도 찾는 은희분식. 특별할 것 같지 않은 은희분식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일까. 오숙희씨는 “그냥 가게에 오시면 편하시데요. 특별할 것도 없는데 친구들과 이웃들과 편안하게 이야기 하시는 것이 좋은가 봐요”라며 웃었다. 편안하게 엄마처럼 부모처럼 할머니들을 대하는 이들 부부의 마음가짐이 전해진다. 음식 솜씨 좋은 오숙희씨는 주방에서, 손님을 맞고 서빙을 하는 것은 남편 김용태씨다. 이 식당의 주력 음식은 칼국수와 수제비지만 분식집이라 비빔밥, 쫄면, 국수, 냉면, 떡볶이 등 다양한 음식도 준비한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가장 드시기 쉬운 음식을 주로 만들어낸다. 이것저것 곁들이지 않는 멸치로만 맛국물을 낸 순수한 맛이 할머니들 입맛에 딱 맞는다. 반찬도 평범하다. 배추김치에 곁들여 무채나 미역무침 등 부드럽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어떤 할머니는 ‘집에서 밥을 잘 못 먹는데 이곳에서 배부르게 먹고 간다.’라며 감사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세요. 오히려 식당을 찾아 주셔서 저희가 감사한데…” 어르신들이 한 끼의 식사지만 편안한 곳에서 입맛에 맞는 음식을 즐겁게 먹는 곳이 바로 은희분식이다. 점심 식사가 주인 이곳은 아침 8시부터 문을 연다. 음식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도 있지만 이른 아침 시장을 찾았던 어르신들이 식당을 찾기 때문이다. 문을 열면 그때부터 기다리시는 할머니들이 있다. ‘아침 안 먹고 왔는데 좀 해줘’ 이렇게 말하고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할머니에게 ‘편하게 기다리고 계세요’라며 자리를 봐 준 후 바쁘게 음식을 준비한다. 할머니는 구들장처럼 뜨끈한 바닥에 몸을 누이고 음식이 만들어지길 기다린다. 이것이 은희분식의 매력이다. 우연히 이곳에서 음식을 먹어본 후 인수하게 된 이 식당은 지난 4월 개업했지만 단골도 많아졌다. 백전 서백마을, 관동마을 할머니들을 비롯해 함양시장을 찾는 할머니들부터 물어물어 힘들게 찾아오는 할머니들까지 모두가 이곳의 단골이다. “장날이면 마을 분들 대부분이 한꺼번에 찾아오십니다. 고마우신 단골들을 위해 지난주에는 이분들을 초청해 조촐한 식사도 대접해 드렸습니다.” 이곳 은희분식을 한번이라도 찾은 어르신들은 꾸준하게 찾는 단골로 변한다. 그렇게 함양 할머니들의 편안한 쉼터로 여겨지고 있다. 맛있는 음식에 착한 가격까지. 은희분식에서 판매하는 음식 대부분은 5천원 이하의 가격이다. 손님이 아무리 많아 봤자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다. “수지가 맞는 것은 아닙니다. 놀기 뭐 하니까 쉬엄쉬엄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봉사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렇게 장사를 할 수는 없습니다.”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음식과 식당을 가득 메운 어르신들의 정이 어울리면서 훌륭한 식사가 만들어진다. “한살이라도 젊을 때 많이 움직여야지요. 자식들한테 손 벌릴 수도 없고” 이렇게 시작된 식당은 아름아름 소문이 퍼지면서 할머니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최근 날씨가 추워지자 부부에게 고민이 생겼다. “바닥은 불이 들어오는데 공기가 워낙 차가워 할머니들이 추우실까봐 걱정입니다. 거동이 불편해 바닥에 놓을 수도 없고 연구를 좀 해봐야 겠습니다.” 추운 겨울 따뜻한 정이 흐르는 은희분식을 찾아 사람의 온기를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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