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가는 인연이지만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좋은 음악을 통해 잠시지만 편안함과 마음의 안정을 제공하는 사람. 함양 골골을 누비며 택시 음악 감상실을 운전하는 이상기(54)씨가 그 주인공이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에게는 신나는 트로트를, 중년에게는 잔잔한 재즈음악을, 신세대 젊은 사람들에게는 최신가요를 들려주는 이상준씨. 손님의 취향에 최대한 맞추는 그의 노력은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준다. 이상기씨가 들려주는 음악은 클래식, 팝송, 가요, 재즈, 민요 등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남녀는 물론 세대까지 구분하며 이용하는 손님들이 최대한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요. 택시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자연스럽게 택시 내 음향 시스템을 최고로 만들었지요. 그러다보니 손님들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물론 일부 어르신들은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라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눈치 빠른 그는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흘러간 옛 노래를 선곡한다. “음악을 틀면 시끄럽다는 손님도 꽤 있어요. 그럴 때면 조금 서운하기도 해요. 제 택시에 탔을 때만이라도 조금 여유를 가지고 음악을 들었으면 좋은데...”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현재 이상기씨가 운전하는 택시의 음향 시스템은 구축하는데만 수 천 만원이 들어갔다. 오디오와 함께 스피커와 우퍼까지 전문가 급으로 교체하니 엄청나게 투자한 것이다. 그렇지만 음악 감상이 취미인 그에게 좋은 음향시설이란 놓치기 힘든 유혹이다.
음악을 즐기는 그의 취미는 어려서부터 만들어졌다. 백전 물나들이가 고향인 그는 어려서 우연히 기타를 치는 선배가 불렀던 노래에 빠져들었다. 지금은 포커송이라고 알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처음 들었던 생소한 음악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서울 생활을 시작해서도 그의 취미는 이어져 음악다방과 클래식 다방을 매일 드나들다시피 하며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타향살이를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결혼생활 등으로 인해 좋은 음악을 들을 기회가 줄었지만 여전히 LP판과 노래 테이프는 그의 곁에 맴돌았다.
고향에 와서 그는 애견 사업과 토봉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했지만 시류를 잘못만나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상기씨가 처음 택시 운전대를 잡은 것은 지난 1992년으로 운전면허증을 취득한지 얼마 되지 않아 무작정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되지 않았어요. 스페어 택시기사로 들어와 운전까지 서툴다보니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운전 요령을 익히고 어려움 없이 운전을 해 나갔지만 ‘포니’라는 택시의 낡은 오디오 시스템으로는 제대로 된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이후 그는 조금은 나은 택시를 받고 나서부터 본격적인 음악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그는 평소에 즐겨 들었던 올드팝을 즐겼다. 수 천 개의 카세트테이프를 보관하며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 놓고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차량 내에 딸려 나오는 기본 오디오로는 그의 왕성한 음악 욕심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 때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차량 튜닝이었다. 그 중에서도 오디오와 함께 스피커 등 음향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기로 마음먹었으며 지금의 완벽한 음향 시설을 갖출 수 있었다. 달리는 음악 감상실이 탄생한 것이다. “가능하면 손님들에게 경쾌하고 발랄한 음악을 들려주려 노력합니다. 이런 상쾌한 소리들은 손님들에게 편안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기씨의 택시에는 좋은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에세이집 등 작은 도서관도 겸한다. 평소 음악 감상과 책읽기를 즐기는 그의 취미생활이 그대로 택시로 옮겨진 것이다. “저는 책과 카세트 테잎은 절대 남에게 빌려주지 않습니다.” 그의 또 다른 취미는 풍수지리와 주역이다. 오랜 기간의 공부와 주변의 스승들로부터 배워 전문가 수준이다.
그의 일터이자 휴식 공간이기도 한 택시, 그리고 좋은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택시 음악감상실. 택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최고급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좋은 음악 고맙다는 손님들께 저도 고맙다고 합니다. 저의 음악여행에 동참해 주셨으니까요.” 좋은 음악을 혼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 택시를 이용하는 고객들과 함께 즐기고 싶은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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