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메 하우스’. 최근 함양성당 맞은편에 문을 연 자그마한 가게의 이름이다. 얼핏 함양 사람들에게는 ‘고메’하면 ‘고구마’가 떠올라 ‘겨울이라 군고구마 파는 가게가 생겼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메 하우스에서는 와인과 치즈, 올리브유, 파스타 등 조금은 지체 높은(?) 먹거리들이 진열되어 있다. 고메 하우스의 배재성 송미경 부부. 함양에 와인을 비롯한 식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가게를 열었다는 부부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함양에 살면서 이웃들에게 ‘이런 와인도 있다. 다양한 먹거리도 접할 수 있다.’라고 소개하고 함께 나누기 위해서입니다.”라며 가게를 연 배경을 설명했다. 고메(gourmet: 구르메)는 프랑스어로 미식가, 식도락가라는 뜻으로 요리나 술맛에 감식력이 탁월한 사람, 특히 소믈리에 보다 높은 경지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어디라도 찾는 미식가인 이들 부부에게 딱 맞는 표현이다. 백전에 터를 잡은 귀촌 6년차 부부는 가진 재능, 와인과 유럽 정통 음식 등을 함양 이웃들에게 알리기 위해 가게를 열었다. 젊은 시절 상사 주재원에서부터 시작된 20여년의 스페인 생활에서 유럽의 문화에 푹 빠져든 배재성 사장, 특히 그곳의 음식문화는 그를 ‘미식가’로 만들었으며 그 중에서 와인의 풍미는 술을 즐기지 않는 그를 ‘애주가’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산을 좋아하는 그는 10여 년 전 우연히 찾았던 백전에 반해 서울생활을 접고 함양에 터를 잡았다. 이곳에서도 부부는 사람들을 만나면 간간히 와인파티를 열고 친목을 다지기도 했다. 그러다 소수만의 즐거움에 거치는 것이 아쉬워 이번에 가게를 열고 이웃들과 맛있는 것, 좋은 것을 함께 즐기기 위해 가게를 열 결심을 했다.  배재성 사장 부부는 즐기며 가게를 운영한다. 그래서인지 아름아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반갑고, 함께 와인을 즐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들이 찾으면 더욱 반갑다. “가게를 통해서 사람들을 알게 되고, 이것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곳에서 판매되는 식품들은 시중가보다 많게는 50%이상 저렴한 착한 가격이다. 현재 배재성씨가 수입 쪽 일을 계속하고 있어 저렴한 것도 이유지만 돈을 벌기위한 목적이 아니라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 비싸게 판매할 이유가 없다. “와인은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것”이라며 와인 애찬론을 펼치는 이들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달콤 쌉싸름한 와인 향기에 취하는 듯하다. 흔히 와인은 오감, 즉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우리의 모든 감각을 동원할 경우 더욱 풍부한 오감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고 한다. 코로 향을 맞고, 눈으로는 아름다운 와인색을 감상하고, 혀로 맛을 보고, 목으로는 넘기는 감촉을 느낀다. 그리고 귀로는 유리잔 부딪히는 소리를 듣는다. 술을 먹으며 절차가 뭐가 필요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제대로 된 맛을 보려면 잠깐의 수고로움은 필요하단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와인은 비싼 술로 인식되고, 한번 먹으려면 격식을 차려야하고 쉽게 다가서기가 망설여진다. 분위기 있게 와인을 먹는 다는 것이 사치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자기만을 위한 한 병의 와인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이 비싼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싼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와인을 찾기 위해 많이 접해봐야 합니다.” 가격과 맛이 천차만별인 수많은 와인을 직접 접해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와인을 찾아보라는 와인 전도사로서의 충고다.  최근 와인을 선물하는 분위기가 많아졌다. 일반 가정에도 한 두병씩은 선물 받은 와인이 진열장 등에 숨어 있을 것이다. “와인은 상온에서 보관하면 금방 맛이 변하게 됩니다. 일정 온도를 맞춰서 보관해야 제대로 된 와인의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보관할 곳이 없다면 눕혀놓을 경우 어느 정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일반 가정에 방치된 와인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부부가 들려주는 와인에 대한 기본 상식만 해도 엄청나게 많았다. 레드와인은 적포도로 만들어졌으며 육류와 궁합이 잘 맞아 차게 먹으면 안 된다. 화이트와인은 청포도로 만들었으며 생선 특히 회와 함께 차게 먹으면 그 맛을 더한다. 오랜 연륜, 특히 외국 생활에서 보고 느낀 그의 생생한 체험담 등에서 나오는 와인 이야기와 다양한 유럽지역의 문화까지 곁들이는 그의 말솜씨에 빠져 든다. “많은 이웃들이 함께할 수는 없지만 관심 있으신 분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부부는 좋은 것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가게를 열었고, 앞으로 조금 더 특별한 사람들을 위해 함께 즐길 회원들을 모집할 계획이다. ‘고메 하우스’의 달콤 쌉싸름한 정이 함양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한다.강대용 기자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