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상림을 산책하다보면 아름답게 물든 단풍과 위천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숲속안개가 몽환적(夢幻的)인 분위기 속에 빠지게 한다. 건강을 위해 나선 산책길에서 덤으로 얻어지는 풍광이다. 금년은 윤달이 들어 있는 윤년이다. 10월 하순부터 11월에 걸쳐 음력 9월 윤달이 들었다. 윤달은 덤으로 한 달이 더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1년 주기를 맞추기 위해 모자라는 것을 더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의 덤은 아니다. 덤은 물건을 살 때 제 값어치 보다 물건을 조금 더 얹어 주는 것이다. 세상은 덤이 있어 더 따뜻하고 넉넉한 것 같다. 계산하지 않고 마음까지 더 얹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상술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끼워 팔거나 사은품을 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우리고유의 아름다운 인심 문화다. 일상에서의 덤은 일정한 기준이 없지만 바둑에서는 엄격한 덤에 대한 룰이 있다. 흑백의 유불리의 차이 때문에 여섯집 반을 덤으로 계산하고 실력 차이가 있는 상대에게 먼저 돌 몇 개를 더 놓게 하는 불공정을 공정으로 만들어 놓고 게임을 하는 것이다. 사회 노약자나 장애인 영세민에게 복지 혜택들 더 주는 것 역시 사회의 불공정한 부분을 보완해 줌으로써 함께 행복을 누려야 한다는 취지인 것이다. 요즈음 공무원 연급법 개정과 관련하여 온 나라 안이 시끄럽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공무원들이 불입금은 적게 넣고 연금은 더 많이 받음으로서 국가 재정을 축낸다는 인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퇴직 공무원이 연금을 더 수령하는 것은 덤같이 보이지만 덤이 아니다. 퇴직 연금 수령 공무원은 최소 20년 많게는 40년 이상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해 온 사람들이다. 대개의 퇴직 공무원은 국가로부터 훈장을 받는다. 수훈자가 되는 것은 국가에 공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공훈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공로에 상응한 대우를 해 주었다.공무원 연금법은 박봉을 받고도 열심히 일했다고 공로를 인정하여 부족했던 수입을 보상해 주는 수단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법이기 때문에 퇴직 공무원이 불입금 보다 조금 더 받는 것은 정당한 댓가를 보상받는 것이지 덤으로 받는 것이 아니다. 시대 상황이 바뀌어서 국가 재정이 어려워서 연금법을 개정하는 데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가 박봉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들이 낸 세금으로 연금을 더 많이 받아 무거운 짐을 지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국회에서 연금법을 개정한다. 염려스러운 것은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고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들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선량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근무 연수와 관계없이 연금을 받겠다고 슬그머니 자기들 밥그릇 챙겨놓고 수십년을 국가와 국민만 바라보고 박봉에 허리띠 졸라매고 개미처럼 땀 흘리며 일해 온 공무원들의 연금이 국가 재정을 거덜 내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직에 있을 때나 퇴직 후에도 대부분 공무원이 중산층에도 끼지도 못하는 수준이지 않는가. 공무원들의 희망을 빼앗아 사기를 떨어트리면 그 손해는 결국 국민이 볼 수 있다는 것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공무원 연금법 개정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국론을 분열시켜 국력을 소모시키지 말고 윤달이 있는 기간 중에 빨리 처리되었으면 좋겠다. 윤달에는 탈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덤이 언제나 배려와 따뜻함으로 남아있기 바라면서...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