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고려 성종(981년∼997년). 문무백관이 숨죽이고 직계에 맞게 좌정하고 있었다.“내가 나라에 벼슬을 하고 있는 모든 5품 이상의 고위관리들에게 여름방학 숙제를 내었었는데 오늘 다들 공부를 많이 하여 이 자리에 왔으리라 생각하는 바이오 그럼, 먼저 중서문하성의 문하시중(국무총리)부터 말씀해 보시도록 하시지요.”“전하,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였사옵니다. 그러하오니 백년 미래를 위하여 젊은이들이 유학을 배울 수 있도록 나라에 국립대학 국자감을 세워 인재를 키우심이 어떠하신지요.” “그거 좋은 생각이다. 수도 개경에는 국자감을 세우고 지방에는 향교를 세워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마음껏 공부 할 수 있도록 하라. 숙제 안 해 온 대신은 손들고 있어라. 다음은 누가 발표하겠느냐?”“전하, 말단 6두품 신하 최승로이옵니다. 저는 애국충정으로 신림동 고시촌에서 꼬박 2년 재수하며 밤을 새워 공부하였나이다. 개혁안 1개를 제출하라 하였사오나 저는 화끈하게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 28개 안을 왕창 강구하여 발표하려 하오니 학점 A뿔뿔뿔+++을 주시거나 일계급 특진시켜 주시오면 감사하옵나이다.”“아주 맹랑한 신하로구나. 그 배짱 맘에 드니 발표해보도록 하라.” “그럼, 이제부터 최승로의<시무28조> 개혁안에 대해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전면에 있는 스크린을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하, 태조께서 나라를 통일한 후에 군현에 수령을 두고자 하였으나 미처 시행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청컨대 외관(外官=지방관)을 파견하시옵소서. 왕이 혼자 나라를 다 다스리려면 허리가 부러지나이다.(7조)전하, 봄에는 불교행사를 하는 연등을 설치하고, 겨울에는 팔관을 베풀어 사람을 동원하고 노역이 심하여 그 노고와 경비가 만만치 않아 경제파탄이 우려되오니 원컨대 연등회, 팔관회를 없애어 백성의 힘을 펴게 하소서.(13조)전하, 임금께서는 교만하지 마시고 아랫사람을 공손히 대하며(특히 나), 죄지은 자는 법에 따라 벌하소서.(14조) 전하, 땡중들이 도를 닦지는 않고 리무진이나 에쿠스를 타고 다니며 절만 짓고 객관, 역사, 궁궐을 너무 많이 들락날락거리며 감 나와라 배 나와라 정치간섭 폐단이 적지 않으니 삼가토록 하시옵소서.(8조,16조)전하, 불교를 행하는 것은 수신(修身)의 근본이며, 유교를 행하는 것은 치국(治國) 근원이니, 수신은 내생(來生)을 위한 것이며 치국(治國)은 곧 오늘의 일입니다. 숭유억불(崇儒抑佛), 유교(儒敎)로 나라를 통치하소서(20조)전하, 노비와 주인의 송사를 판결할 때는 분명하게 하여 후회가 없도록 힘써야 합니다.(22조)” “옳거니, 내 일찍이 이렇게 훌륭한 신하를 본 적이 없노라. 앞으로 성종하면 <최승로의 시무(時務)28조>, <최승로의 시무28조> 하면 성종을 떠올리게 하도록 하여라.” 성종은 최승로의 건의를 받아드려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모든 면에서 개혁을 단행했다. 이룰 성(成)자 성종(成宗)이듯 고려 나라의 기본 틀을 전부 세운 왕이 6대 성종이다. 이 <시무 28조>를 요약하면 1.정치와 종교를 분리시켜 유교를 정치이념으로 하자. 2.과도한 재정 낭비를 가져오는 불교행사(연등회,팔관회)를 억제하자. 3.지방관을 전국에 파견하여 중앙집권을 확립하자. 4.귀족중심의 유교정치로 개혁하자. 5.제도의 개편, 신분제도를 확립하자. 등 이다. 성종은 지방에 12목을 설치하고 처음으로 지방에 지방관을 파견하였다. 중앙정부의 지방에 대한 직접 통치가 처음으로 실시 된 것이다. 비록 모든 주군현 지방에 지방관이 다 파견되지는 않았지만 왕의 간접 통치, 즉 지방분권통치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바가 크다. 이는 곧 왕권강화도 의미한다. 힘이 없으면 지방관을 파견해도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관이 파견되지 않은 곳은 그 지방 향리가 실제 행정을 맡아 다스렸다. 지방관(안찰사)의 임무를 살펴보면 <수령5사와 봉행 6조>가 있었다. <수령5사(五事)>는 전답을 개간하여 농업을 진흥시킬 것. 인구와 호구를 증식시킬 것. 부역을 균등히 할 것. 재판을 공정히 할 것. 도적이 없도록 치안을 유지할 것. <봉행6조>는 백성의 질병과 근심을 살필 것. 죄 지은 자를 살필 것. 백성의 효성과 우애와 청렴과 결백을 살필 것. 향리의 전곡(곡식)관리를 살필 것. 향리의 능력을 살필 것. 도적의 간사하고 교활함을 살필 것 등이다. 한 나라가 유지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청렴결백하고 능력있는 관리가 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고려는 최승로의 <시무 28조>로 이렇게 고려답게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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