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활동에 매진하면 모든 잡념이 없어져 자연스럽게 수행이 되는 것입니다.”15일 오후 함양문화예술회관 2층 전시실에서 만난 장천(지녕) 스님(60)의 말이다. 끊임없는 심신수련과 함께 작품 활동을 통해 수행을 병행하고 있는 장천스님. 지난 10월14일부터 일주일간 스님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전시실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시인이자 동양화가, 서예가, 서각가 등 다방면에 재능을 가진 만능 예술인으로 통하는 장천스님의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지리산 산승의 지리산 달빛을 타고’라는 시적인 표현이 가득한 것도 스님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감수성에서 나온 듯하다. 장천 스님은 “스님은 성직자가 아니라 수행자이다.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다보면 잡념이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수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수행으로서의 작품 활동을 강조했다. 산사에서의 수행과 함께 틈틈이 작품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장천스님. 스님은 작품 활동을 시작하면 모든 것을 잊는다. 작품 활동이 수행의 한 방편으로서 언제나 수행에 전념한다. 스님이 마천 지리산 만월암에 자리를 잡은 지도 8년이 흘렀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 스님과 함께 찾았던 마천에 반해 직접 산사를 짓고 수행의 공간으로 삼고 있다. 스님은 직접 먹을거리를 심고 가꾼다. 선농일치(禪農一致)의 사상을 뿌리에 두고 선수행과 함께 생산적 근로활동을 병행해 나가고 있다. 스님은 “고추도 심고, 들깨, 가지, 오이 등 내가 먹을 것은 직접 농사를 짓는다. 이것 또한 수행의 하나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몸을 단련하는 힘든 고행 속에서 마음 수행이 함께 이뤄지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스님이 선보인 작품은 동양화와 서각, 목판화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 50여점이다. 5년여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스님의 혼이 깃든 작품들로 눈길을 끄는 것은 특정 부문의 작품만이 아니라 다방면의 작품들이 선보인 것이다. 장천스님은 “수련을 꾸준하게 하다보면 여러 가지 다양한 작업에 빠져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작품들이지만 모두 예술의 한 갈래로 일반인이라면 어렵겠지만 수행을 하는 스님으로서는 가능하다. 스님은 ‘시서화악무(詩書畵樂武)’ 등 5가지 기예에 모두 능통하다. 시인이자 화가이며, 서각과 서예는 물론 전통무술 기천문의 고수, 성악가, 판소리 명인 등 스님의 법명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것도 이런 연유다. 5개 기예를 모두 능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부단한 노력이 스님을 경지에 들게 했다. 시인인 장천스님은 지난 2006년 한맥문학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한 이후 지리산문학회와 함양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등에 소속돼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시인 활동과 함께 자연을 주제로 한 동양화 작업이나 조각, 서예 등 지리산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영감을 얻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스님의 작품 활동은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산수화의 경우 특별한 지역을 배경으로 한 것이 아니라 무념무상 속에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형상을 스님의 손을 통해 표현된다. 스님과 조금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판소리와 성악도 고수 반열에 올랐다. 스님은 “판소리와 성악은 모두 몸속의 기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 것으로 조금만 연습하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기천문의 고수로 더욱 알려져 있다. 고대 전통무예인 기천문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 스님은 “고대 고분벽화를 보면 기천문의 자세가 나온다. 해동검도도 기천문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다. 기천문을 수련할수록 천지간의 기운을 많이 받게 된다.”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스님은 한때 서울에서 기천문 체육관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는 등 전통 고수다. 현재도 매일 육체 수련을 통해 심신 수련을 병행하는 스님은 전시회 개막식을 찾은 이들 앞에서도 기천문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스님은 심신수련을 위해 작품 활동을 병행해 나갈 예정이다. 지리산 아래 고요한 산사 만월암에서 자연과 더불어 수련에 매진하는 장천스님. 스님은 “청산의 품속에서 노란 민들레에게 기대보고, 어느 때는 찬 서리에 혹한을 견딘 홍매화 향기에 취해도보며, 삶의 여정을 바람에 도포자락 펄럭이듯 출렁이며 떠나지만, 어두운 밤에 등불에 의지하듯 문명의 파도가 넘치는 세상에 청량한 바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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