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을 작은 단지로 하나 보낸다. 사랑에 놓아두고 밥 먹을 때마다 먹으면 좋겠다. 이것은 내가 손수 담근 것인데, 아직 잘 익지는 않았다.’
‘지난번에 보낸 소고기 볶음은 잘 받아서 아침저녁 찬거리로 했느냐? 어째서 한 번도 좋다는 뜻을 보여주지 않느냐? 답답하고 답답하구나. 나는 육포나 장조림 등의 반찬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추장도 내가 손수 만든 것이니 맛이 어떤지 자세히 알려다오.’
조선시대 실학의 대가 연암 박지원선생이 1791년(정조 15년)부터 1796년까지 5년 동안 함양의 안의현감으로 재직할 때 서울에서 지내는 아들 박종채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열하일기> <연암집> <허생전> 등을 두루 쓴 조선후기 실학자 겸 소설가라는 쟁쟁한 이력의 뒷면 평범하고도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잘 드러낸 말이다.
함양군이 이런 박지원선생이 자식을 위해 담갔던 장맛을 재현해보는 ‘전통장담그기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연암 박지원과 함께 하는 전통장 담그기 교육’이라는 이름의 이번 교육은 오는 20일부터 주3회씩 오후 2시부터 3시간씩 총 8회에 걸쳐 함양읍 고운로 군민요리교육관에서 열린다.
전통적인 장담그기에서부터 연암 박지원이 담갔던 찹쌀 고추장 담기, 만능 맛 된장과 맛 간장을 만들어 전통장으로도 소스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된다. 연암이 만들었던 고추장요리는 어떤 것이 있는지, 김치의 원형 장아찌는 어떻게 담는지도 배울 수 있다. 이외 속성으로 담가먹는 막장, 메주쑤기까지 ‘전통장’에 관한 모든 것을 익힐 수 있다.
강의를 해줄 고은정 강사(약선식생활연구센터 대표)는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찹쌀과 고춧가루, 메주가루, 소금, 엿기름, 조청만으로 고추장을 담았다”며 “마트에서 쉽게 돈 주고 사먹는 고추장이 아닌 연암 박지원선생이 가족사랑을 담아 담근 전통장을 배워봄으로써 함양의 음식문화를 배우고 건강을 챙기는 일석이조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 문의 농업기술센터 자원식품담당 (055)960-5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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