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간식거리가 정말 없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그나마 가게에서 몇 가지 안 되는 과자라도 사먹을 수 있었지만 그 시절의 농촌 아이들은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따서 먹고 주워 먹고 그렇게 자랐다. 나도 동갑내기 외삼촌과 함께 그렇게 돌아다녔고 가을이면 더욱 바삐 돌아다녔다. 산에 가서 떨어진 밤도 줍고 도토리도 줍고 들에 가서는 콩서리도 해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를 돌이켜보건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썩은 나무 등걸에서 뜯어온 버섯을 끓는 물에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던 것이다. 그 버섯은 검은색 젤리 같기도 하고 보들보들한 것이 끓는 물에 데쳐 고추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면 씹기도 전에 목으로 슬쩍 넘어가는 맛이었다. 어른들 몫을 남겨두었다가 아무 버섯이나 그렇게 따다 먹으면 안 된다고 야단을 맞으면서 들은 얘기로 그 버섯의 이름이 목이임을 알게 되었다. 나무에 달리는 사람의 귀처럼 생긴 버섯이라 목이(木耳)라 불린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생긴 모양을 빗대서 목이버섯이라 부르지만 중국에서는 맛이나 효능을 생각해 나무에서 나는 닭고기라 부른다. 식이섬유와 철분이 많은 이 버섯은 생으로 먹을 때보다 말려서 먹으면 비타민 D나 칼슘의 함량이 증가하므로 제철에 바로 채취한 것을 한두 번 별미로 먹는 것이 아니면 말려두고 먹는 것이 더 좋다. 목이버섯은 식품영양학적으로는 철분의 함유량이 높다고 하고, 한의학에서는 지혈작용 뿐 아니라 혈액을 정화시키고 혈액에 영양을 공급하는 효능이 크다고 말한다. 식물성콜라겐의 함량도 높아 여성들의 피부미용에 도움이 되며 정장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이버섯은 면역력을 키우고 기력도 회복시키는 버섯이라 많이 먹으면 좋을 텐데 다양한 조리법이 없어 아쉽다. 기껏해야 초장에 찍어 먹거나 볶아 먹고 가끔 해먹는 잡채에 부재료로 들어가는 정도가 전부다. 그래서 나는 잡채를 할 때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상관없이 목이버섯을 듬뿍 넣고 해먹는다. 조리법도 다양하지 않지만 표고버섯이나 느타리버섯 등과는 달리 판매하는 곳도 흔하지 않아 나는 목이버섯을 만나면 일단 사고 보자는 생각으로 달려드는 버릇이 있다. 왜냐하면 잡채를 할 일이 생길 때 목이버섯이 없어 안달을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이 있어 서울에 갔다가 장을 보는 중에 설악산에서 온 목이버섯을 만났다. 설악산이라는 이름을 보자 나는 묘한 기분에 끌려 또 목이버섯을 샀다. 설악산은 남자의 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목이버섯은 여자들에게 좋은 버섯으로 알려져 있으니 어쩐지 이 목이버섯은 음양화평의 상태인 것 같아 마음이 같다고 하는 편이 더 옳겠다. 지난 주말은 공교롭게 같이 일하는 두 친구의 아이들이 생일이었다. 때맞춰 사다놓은 설악산 목이버섯은 그렇게 주말에 잡채에 헌신하는 것으로 제 역할을 마쳤다. 물론 이 잡채에도 목이버섯은 다른 재료에 비해 넉넉하게 들어갔다. 며칠 전 해외로 입양되었던 한국인들에게 잡채를 가르치러 갔었다. 목이버섯을 넉넉히 챙겨 레시피를 만들었는데 교육을 부탁했던 단체의 대표는 해외로 입양되었던 사람들은 목이버섯은 잘 먹지 않는다고 하였다. 나는 수업 중에 목이버섯을 다듬으면서 목이버섯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자 다들 재미있어 했다. 잡채가 완성되어 잡채 속에 있는 목이버섯의 맛이 어떠냐고 물으니 그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목이버섯, 맛있게 먹을 다양한 조리법을 더 많이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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