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를 맞이해서 제수용품을 비롯한 가족단위의 여행 등 추석 상품에 대한 소비 증대를 기대하는 상인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가정마다 모처럼 만의 연휴를 뜻 깊게 보내려는 이벤트도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는 모양이다. 주 5일 근무제와 대체 휴일 제도가 시행되면서 짧게는 5일, 길게는 9일까지 쉬는 직장도 있다고 한다. 그 틈에 외국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고향이나 부모님을 찾는 대신에 휴양지의 펜션을 예약하는 등 전통적인 추석 풍속도가 많이 바뀌면서 세대 간의 갈등도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기더니, 실제로 명절이 지난 후에 이혼을 하는 부부가 늘기 시작했다. 무조건 시댁에 종속되어 살던 며느리들의 반란(?)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시대적인 상황을 노려서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 촬영 때나 사용되는 분장용 깁스가 인터넷에서 거래되고 있고, 심지어 머리와 팔을 다친 것처럼 위장하는 위장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오죽하면 그럴까 싶은 생각에 이해도 되지만, 사람이 사람을 피해서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것도 남이 아닌 가장 가까운 부모와 자식, 형제나 동서 간의 만남이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오늘의 세태를 어떻게 진단해야 할지 난감하다. 남의 얘기를 할 것도 없이 필자인 나도 목회자가 되어서 고향인 경기도를 떠난 지가 벌써 12년이 지났지만, 명절을 비롯한 어머니의 생신 등 집안의 경조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에 혼자 사시는 어머니께서 살고 계시던 상가 주택을 팔고 작은 아파트를 사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은 지 오래된 낡은 상가 2층에 살고 계셨던 어머니께서는 여름이면 비가 새고, 겨울이면 보일러가 고장 나서 꽁꽁 언 냉방에서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지내셨던 것을 생각하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맏아들인 나에게까지도 알리지 않으시고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서 집을 팔고 사신 것이 못내 섭섭했다. 아들만 3형제인 필자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싶었지만, 70대 중반이신 어머니께서는 선뜻 살던 곳을 떠나시기를 원치 않으셨기에 눈이 오면 2층까지 오르내리다가 낙상 사고라도 당하시지는 않으실까 늘 걱정이었다. 20대 후반 나이에 결혼을 하려고 했던 막내는 어머니의 반대로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혼자 살면서 연락조차 없이 지내고 있다. 바로 아래 동생은 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인천 계산동에 살면서 충주에 있는 직장으로 일을 다니면서도 주말이면 가끔씩 어머니를 모시고 식사대접도 해드리면서 나름대로 아들 노릇을 잘해 왔는데, 이번에 어머니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맘이 많이 상했는지 이번 추석에는 엄마 집에 안 가겠다고 선을 그어서 말했다. 맏이인 나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어머니께서 연세가 드셔서 작은 일에도 노여워하시고 자주 역정을 내시는 것을 우리가 이해해 드리자고 설득도 해 보지만, 나 역시도 마음은 편치 않은 상태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필자의 아내가 “어머니께서 아파트에 사시게 되면 고생을 덜 하시게 될 것이니 잘 하신 일이다. 모든 것을 어머니 뜻에 맡겨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면서 몇 안 되는 동기간에 잘 지내보자는 뜻으로 벌써부터 선물꾸러미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서 고맙기만 하다. 아마 어느 집안이든지 이번 명절에도 크고 작은 실랑이가 없으란 법은 없다. 그러나 잘못해서 고성이 오가고 얼굴을 붉혀가며 멱살잡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담과 하와의 아들인 가인이 자기 동생 아벨을 죽인 것이 인류 최초의 살인이었던 것을 보면, 가까운 사이일수록 지켜야 할 예의가 있고, 베풀어야 할 아량이 있는 것이다. 혹시 옛날처럼 차례를 지내지 않더라도 형제가 한 자리에 모여서 부모님께 얼굴을 보여드리고, 약소하나마 정성스럽게 준비한 봉투라도 내밀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큰 효도는 없을 것이다. 사회가 변하고 세태가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 중에 효도만큼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필자는 대학 시절에 연극을 했던 사람이라서 지금도 품바 공연을 하러 다니고 있다. 각설이 분장으로 품바공연을 하면서 공연 때마다 빼놓지 않고 꼭 하는 대사가 있다. “사람 새끼든지 짐승 새끼든지 자기 부모에게 효도하지 못하는 것들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게 아닌 것이여! 사람은 누구나 자기 근본을 알아야 허는 법잉께! 이것들아, 내 말을 잘 들어 보랑께! 잘난 것도 좋고, 출세하는 것도 좋지만, 니들 부모님들한테 잘 혀라 그 말이다 내 말이 시방!” 아무쪼록 우리 독자들 중에는 SNS를 이용해서 가짜 깁스를 하고 다 죽어가는 척하는 사진을 보내놓고서 딴 짓(?)을 하는 못된 자식들이 없기를 바라면서, 즐겁고 행복한 추석 명절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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