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은 올해 7~8월에 외국노선의 퍼스트클래스에서 민어매운탕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외국여행을 할 기회가 없어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여름철의 대표 보양식인 민어가 드디어 외국인들에게도 알려지는 모양이다. 민어는 民魚의 글자에서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고가의 귀한 생선이라 특별히 큰맘을 먹지 않으면 먹어보기 힘든 생선이라 아시아나항공에서도 퍼스트클래스의 기내식으로만 제공했나보다. 어렸을 땐 퇴근하는 아버지의 손에 커다란 민어가 들려 있고는 했는데 요즘은 비싸기도 하고 귀하기도 해서 구경조차 힘든 생선이 된 탓일 게다. 1800년대의 문헌인 <시의전서>에 민어회를 먹은 기록이 나온다. 제대로 큰 민어를 회로, 전으로, 찜으로 즐기고 남은 뼈와 머리로 끓이는 탕을 마지막으로 먹으면 민어 한 마리를 제대로 즐기는 것이다. 민어(民魚)는 민어(鰵魚) 또는 면어(鮸魚)라고도 부르는 것을 보면 아마도 대구나 조기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생선인가보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 의하면 “민어는 약간 둥글며 빛깔은 황백색이고 등은 청흑색이다. 비늘이 크고 입이 크다. 맛은 담담하고 좋다. 날 것이나 익힌 것이나 모두 좋고 말린 것은 더욱 몸에 좋다. 부레로는 아교를 만든다.”고 기록되어 있다. <동의보감>에 민어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하며 소화‧흡수가 잘 되어 오장육부의 기운을 돋우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음식으로 소개되어 있다. 민어는 성질이 따뜻해서 설사를 하거나 기운이 없어서 쉽게 피로를 느끼는 사람에게 좋다. 민어가 천 냥이라면 민어의 부레가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다. 민어를 먹고 부레를 먹지 않았다면 민어를 헛먹은 것이라는 말일 것이다. 민어의 부레로 만든 한약의 이름이 아교인데 아교는 천연접착제의 대명사로 콘드로이친의 함량이 높아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나 조직세포의 탄력을 좋게 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민어는 지방이 많지 않아 담백하면서도 단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화흡수가 빨라 어린이들의 발육과 노인 및 환자의 건강회복에 널리 이용되어 왔다. 봄 주꾸미, 여름 민어, 가을 낙지, 겨울 숭어라는 말이 있다. 맛도 좋고 영양가도 많은 여름 생선들이 즐비하지만 여름의 생선으로 민어가 등극한 것을 보면 여름의 더운 외열로 인해 체내의 양기가 소진되고 그로 인해 떨어진 체력에 민어만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생선을 사러 갔다가 한 마리에 사오십 만원 하는 민어를 보았다. 생선 한 마리에 그런 큰 돈을 쓸 수 없는 상실감으로 마음이 상해 돌아섰는데 다른 마트의 생선회를 파는 코너에서 민어서더리탕감과 한 마리에 1kg쯤 하는 작은 민어들을 싸게 팔고 있었다. 연안에서 잡힌 것이라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사다가 서더리탕감에 물을 넉넉히 넣고 푹 고았다. 그 국물이 어찌나 뽀얗고 고소한지 육류의 뼈를 고아 먹는 곰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 났다. 그렇게 끓인 곰국에 작은 민어를 넣고 맵지 않게 탕을 끓였다. 백전의 대견한 새댁농부 은하가 보내온 감자를 툭툭 잘라 넣고 끓였더니 진한 국물에 단맛까지 곁들여져 다들 맛있다고 난리다. 생선의 살보다 푹 무른 감자가 더 맛나다고 서로 다투어 먹는다. 그렇게 끓인 민어탕을 민어곰국이라 이름 붙이고 한 그릇 먹고 나니 절로 기운이 나는 것 같다. 여름내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씻기는 기분이다. 다가오는 가을을 잔병치레 없이 거뜬히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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