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國祖)를 모신 단군성전이 이 지경이니 참으로 부끄럽고 개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개천절을 한달여 앞둔 지난 8월 말. 매년 개천절 단군성조에게 제(祭)를 올리는 함양 단군성전을 찾았다. 함양군 고운로 18-2번지 3층, 단군성전이 위치한 곳이지만 이정표 등 단군성전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안내판 조차 찾을 수 없었다. 특히 이 건물은 1층은 식당 등으로, 2층은 위성경로당과 가정집, 그리고 3층 옥상이 단군성전으로 익히 아는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전락했다.
우선 단군성전을 관리하는 위성경로당을 찾았다. 이곳에서 단군성전건립추진위원회 김정식, 노두섭, 홍진민 추진위원들로부터 단군성전과 관련한 그동안의 경과를 들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지난 1953년 단군성전 조성 전부터 성전을 만들고 제를 올렸던 오래전의 기록들을 볼 수 있었다. “60년 전 우리 선배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성전을 건립했었는데…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지 못해 안타까움만 남습니다.” 홍진민 추진위원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단군성전의 유지와 관리는 오로지 위성경로당의 몫으로 돌아온다. 이에 대해 “위성경로당이 단군성전을 유지 관리하기 위한 조직으로 출발한 것은 맞다.”라며 “그러나 단군을 모시는 것이 어찌 위성경로당 만의 일이겠느냐. 하루빨리 성전을 만들어 모두가 함께 모셔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함양지역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고유제를 지내는 장소 역시 현재의 ‘사헌정’이 아니라 건립을 서둘러 그곳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군성전으로 통하는 길은 2층 경로당에서 연결되는 계단과 마당에서 올라갈 수 있는 계단 등 2곳이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나즈막한 비가림 시설과 맞닥뜨린다. 낮은 곳은 1m, 높은 곳이래야 2m 정도밖에 되지 않아 구부정하게 다닐 수 밖에 없다. 100여평의 건물 옥상에서 300여명에 이르는 이들이 매년 개천절날 단군에게 제(祭)를 올린다.
옥상의 중앙 부분에 단군의 초상화와 신위가 모셔진 성전을 만날 수 있다. 사방이 꽉 막힌 콘크리트 창고 속 햇볕 한줌 들지 않는 침침한 곳에 모셔진 단군 영정. 가로 세로 약 2m로 한평 남짓한 공간이 단군성전의 전부다. “차라리 안 모셨으면 안모셨지 이런 모습으로 방치하는 것은 자손으로서 큰 수치입니다.” 홍진민 추진위원의 넋두리다.
이곳에 모셔진 단군 영정은 지난 1959년 밀양의 천진궁에서 모신 것이다. 함양의 단군성전은 건립은 지난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역의 인사들이 모여 건립을 추진한 것을 시작으로 1959년 밀양 천진궁에서 단군 영정을 모셔와 임시로 전 재건학교 강당에 봉안했었다. 이후 1966년 현재의 위성경로당 마당에 당시 참의원(국회의원)과 유지 등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한옥으로 제당을 건립해 영정을 봉안하다 1991년 도시계획에 의해 경로당이 개축되면서 단군 영정을 갈 곳을 잃고 3층 옥상에 임시로 봉안되어 오고 있다. 이후 단군성전 건립과 관련한 추진위 활동 등이 전개됐으며 천사령 전 군수 재식 시절 필봉산 인근에 최치원 사당과 함께 단군성전 건립을 계획했으나 백지화됐다.
방치되다시피 한 단군성전 건립 문제는 최근의 것만이 아니라 위성경로당에서 꾸준하게 건립을 요구했으나 여러가지 문제들로 인해 차일피일 건립이 미뤄져 오다 지난해 소수의 의견만으로는 성전 건립계획이 어려움을 겪자 유도회와 함께 건립 추진위를 구성하고 노재용 함양군유도회장이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단군성전 건립은 종교적 의미가 아니다. 이곳에서는 국조를 모시는 제를 1년에 두 차례 지내는 것으로 조상에 대한 예를 다하는 의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칫 종교적 의미로의 건축물로서 오인 받을 것을 우려했다. 단군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일부 종교단체에서 ‘우상숭배’라며 극심한 반대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단군성전 건립 추진위원회는 군민 등 2000여명이 서명한 건의서를 조만간 군청에 전달할 예정이다.
단군성전 건립과 관련해 함양군에서도 난처한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단군성전 건립의 시급함은 공감하지만 종교적 문제가 대두되다 보니 섣불리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종교적 문제로 남아 건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단군성전. 전 군민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보다 발전적인 방향의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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