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이 세상에서 출생과 죽음으로 귀결되는 불연속성[不連續性]의 유한적인 삶이지만, 삶을 영위하는 동안은 연속성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의 내 삶이 분절되어, 내일의 삶이 저절로 새로운 인격체로 탈바꿈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강물처럼 흘러가는 인생을 나의 의지로 새 물길을 낼 수는 있습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인 것 같아도 우리들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크고 작은 계기[변환점]를 수없이 맞이하면서 선택에 따라 새로운 삶의 길로 영속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갈림길과 선택은 대부분 내 의지와 판단으로 결정되어, 나에게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잘못된 판단으로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진로의 선택은 자기 이해와 준비된 비전을 가졌을 때 적합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진로의 갈림길에서 자기 이해[적성, 흥미, 가치관, 성격 등]가 부족하고 자신의 비전이 서지 않았을 때에는 망설이거나 쉽게 기회를 포기하게 됩니다. 거듭되는 회피와 포기는 아이의 자존감을 상실하게 하여 아이가 갖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사장시켜 버리게 됩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자신의 꿈과 재능을 발견하지만 이미 시간적으로 되돌릴 수 없음을 한탄합니다. 꿈꾸지 않는 아이는 삶에 대한 생기를 잃어 도전하지 않음으로써 미래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면 잘못된 선택과 판단으로 후회스런 일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 때에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안목이나 저를 이끌어주고 조언해주는 멘토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시행착오가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고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삶의 방향으로 고착될 때가 많기에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직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고, 자아 정체성도 확립되어 있지 않는, 청소년기에는 부모들의 영향이 지대합니다. 특히 사춘기 이전의 유아기-아동기 기간에는 부모의 관심이나 양육방식에 따라 아이의 인성, 학습력, 자존감, 가치관, 진로 등에 영향을 주어, 그 이후의 장년기 삶에도 연속성을 가져오기에, 아이의 멘토로서 부모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녀의 인성을 좌우할 기초생활습관은 아동기의 학교 교육보다는 그 이전 유아기 때, 부모의 생활방식에서 아이는 체득합니다. 기초학습 습관도 사실은 영·유아기 때 아이 눈 너머로 부모의 학습 습관에서 각인되어 형성됩니다. 서구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독서 습관을 중요시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삶의 거울이자, 멘토이기 때문입니다. 멘토(Mentor)란 말은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의 의미로 쓰이는 말입니다. ‘멘토’라는 단어는 〈오디세이아 Odyssey〉에 나오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그의 친구인 멘토에게 부탁하였는데, 멘토는 10여 년 동안 왕자의 친구, 선생,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가 되어 잘 돌보아 주었다는 데에서 유래된 용어입니다. 이처럼 아이에게 삶의 지혜와 방식을 이끌어주는 멘토로서의 역할은 부모입니다. 부모의 분신인 아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부모이기에, 부모는 자녀에게 삶을 살아갈 혼을 심어주는 멘토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고 자아정체감이 확립되어가는 청소년기에는 다양한 멘토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 꿈과 진로를 열어주는 교사, 전문 직업인, 그리고 폭넓은 독서와 체험학습으로 수많은 멘토를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시기에 멘토로서의 부모는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고 지지해주며 존중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아이에게 폭넓은 멘토를 만날 수 있도록 직·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 넓게는 올바른 사회적, 교육적 환경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존경하고 신뢰하는 멘토가 있다면, 아이의 삶은 얼마나 든든하겠습니까? 아이에게 영원한 멘토는 부모입니다. 아이에게 가장 포근한 사랑의 지지자이면서, 삶의 스승이고 지표인 부모는 아이에게 제일의 멘토입니다. 다음에는 ‘뇌 과학을 활용한 학습지도’란 주제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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