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지역신문협회 경남협의회(회장 우인섭)가 지난 1월16일 오전11시 마산시 경남도민일보 8층에서 박종훈 前경상남도 교육위원의 책 ‘무릎을 굽히면 아이들이 보입니다’라는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경남 18개 市·郡 대표신문을 대신하여 양산시민신문 김명관 대표와 밀양신문 황규열 대표. 합천신문 박황규 대표. 거제신문 김동성회장을 대리하여 이상욱 취재기자. 주간함양 우인섭 대표 등이 인터뷰를 가졌다.   반갑습니다. 책 제목을 ‘무릎을 굽히면 아이들이 보입니다’라고 정했습니다. 제목에 담긴 특별한 메시지가 있으십니까? 현재. 경남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읽었던 내용인데. 아이들이 천국에 갈 수 있는 이유는 맑고 선하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서라고 합니다. ‘왜?’라는 말은 인류가 시작된 이래 가장 인간적이고 원초적인 질문이라는 거지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왜?’라는 질문을 받아주지 않습니다. 부모의 뜻대로 교사의 생각대로 움직이길 바라는 거지요. 주입식 교육의 한계입니다. 당연히 의문을 품지 않는 아이가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란 만무합니다. 글로벌한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야합니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넘어 마음높이를 맞춰야하는 거지요. 토끼와 거북이의 2차전 경주와 같은 이솝우화를 패러디한 것이 인상적인데. 2014년 경남의 교실 풍경 어떻게 보십니까? 2014년 경남 교실의 풍경. 한마디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벌이고 있습니다. 육지에서 잘 달리는 토끼와 바다에서 수영을 잘하는 거북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달려서 이기기를 강요한 토끼와 거북이 경주처럼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거북이가 잠자고 있는 토끼를 깨우지 않고 경주를 했듯. 뒤처지는 친구와 함께 갈 여유가 없습니다. 우정보다 성적이 우선시되는 교실이지요. 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밤늦게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 자는 아이들을 보고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무너진 공교육. 모든 것이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성적만 좋으면 최고라는 생각이 창의성도 인성교육도 부재한 교실을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학교폭력과 왕따. 자살과 같은 청소년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지 못한 것에 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영화 파수꾼을 보고 한동안 멍하게 지낸 적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외로움과 불안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학교 폭력. 왕따. 자살... 청소년 문제는 끊이지 않는데.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반성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고. 친구들 속에서 왕따를 당한다고. 가정환경이 불우하다고 해서. 청소년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나 가정. 그리고 사회 어디에서도 기댈 곳이 없을 때 청소년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청소년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관심’인 것입니다. 소설 속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들이 낭떠러지에 떨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지켜보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청소년들의 파수꾼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른은 있어도 문제아는 없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교사생활을 오랫동안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책에서도 교사시절. 몽둥이를 든 적이 있다고 고백하셨던 것처럼 교권을 위협하는 학생을 지도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습니까? 창원 문성고등학교 교사 시절. 학생에게 몽둥이를 든 적이 있습니다. 학생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덜 성숙한 교사였던 거지요. 뒤늦게 학생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임을 알았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들의 규율을 만들고 지킬 수 있도록 보장을 해주니. 저 몰래 자율학습을 빼먹거나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이 줄어들었습니다. 그 때 느꼈습니다. 교사가 들고 있는 몽둥이를 피하기 위해 아이들은 더 치밀하고 은밀하게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말입니다. 밖으로 드러난 문제보다 안으로 곪아가는 문제는 해결하기 더 힘든 법입니다. 과감히 아이들의 자율성과 인권을 존중할 때 교권 또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라 공히 함께 존중해야 하는 가치입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뛰어 넘을 수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현장 교사들을 만나 교사로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업무처리라고 말합니다. 잡다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수업 준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입니다. 평일 야근은 물론 주말까지 일을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수준 높은 교사. 잡무 능력이 뛰어난 교사가 아닙니다. 수업의 질을 높이는 교사가 수준 높은 교사입니다.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선 교사들의 수준을 높여야합니다. 교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잡무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교수·학습지원 센터를 마련해 교사들을 지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 교사 개인의 능력과 헌신만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도교육청 차원에서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학벌 사회에서 사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는 학부모의 욕망을 탓할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과열된 사교육과 붕괴된 공교육.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학벌이 주는 프리미엄이 큰 대한민국에서 사교육 시장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저는 의문입니다. 사교육을 시키는 부모의 욕망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과열된 사교육 시장을 손 놓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사교육과 공교육. 원래의 목적대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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