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내 입에는 일반적인 자색고구마는 맛이 없다. 호박고구마나 밤고구마를 생각하고 먹는다면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보라색 물은 줄줄 흘러 손을 물들이고 입 주변까지도 물들이지만 정작 입안에서 느끼는 식감은 서걱거리기도 하고 덜 익은 무를 씹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푹 삶으면 부드럽기는 하나 물렁거리면서 여전히 계속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런 까닭에 자색고구마들은 대부분 가루로 가공되어 색을 내야 하는 음식에 사용되는 것이 고작이다. 거기서 조금 더 발전시켜 우리 함양에서는 자색고구마를 음료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지만 솔직하게 말해 대중적인 인지도나 인기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하루 갑자기 들른 서울의 어느 편의점에서건 쉽게 만나는 음료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어쨌건 나의 이런 편견은 2년 전 음성으로 귀농한 한 농부를 통해 깨졌다. SNS를 통해 알게 된 농부로 나는 그 농부에게서 건강하게 농사지은 자잘한 농산물들을 구입해 먹어왔는데 어느 날 그가 생산한 고구마들 중에 자색과 주황색을 띈 고구마를 발견하게 되었다. 여전히 색깔이 선명한 그런 고구마들은 별맛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호박고구마만을 주문하려 하였다. 그런데 그 농부가 보내온 고구마 속에 자색고구마가 들어 있었고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의 중간 맛으로 그냥 삶아 먹기에 좋으니 한 번 먹어보라는 친절한 편지도 함께 들어 있었다. 먹는 것 좋아하고. 그 먹는 것 중에 고구마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바로 쪄서 먹어보았는데 과연 그 맛이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의 중간으로 달콤하니 매력적인 맛이었다. 먹다가 남은 것은 찹쌀가루와 섞어 경단을 만드니 간식으로 그만이다. 일부러 조금 쪄서 밀가루와 섞어 설탕을 줄이고 빵으로 구우면 감자빵과는 또 다른 포근하고 부드러우며 달착지근한 고구마 향을 풍기니 그 맛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자색고구마도 고구마다. 고구마는 실제로 맛이 아주 달다. 선조들의 고구마 예찬 중에 ‘모양은 하수오(何首烏)요. 그 맛은 극히 좋으며 산마처럼 무른데 달기는 더 낫도다’라고 한 김인겸의 <일동장유가> 속 글귀를 빌지 않더라도 감서(甘薯)라는 이름 속에서도 이미 고구마가 얼마나 단 식물인지 알려주고 있다. 성질은 살짝 따뜻하게 평화로우며 독은 없다. 비장과 신장에 작용하므로 비장을 건강하게 하고 우리 몸에 기운이 나게 해주며 몸 안에 진액을 생성시킨다. 오래된 문헌인 <수식거음식보>에도 ‘고구마는 삶아서 먹으면 비위를 보하고 기력을 보하며 풍한을 막고 안색을 좋게 한다. 배를 오래 타고 여행하는 사람은 생것이든 익은 것이든 조금만 먹어야 편안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농촌진흥청은 자색 고구마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이 항산화기능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자색 고구마가 식품에 더해져 착색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노화를 막아주는 효능이 있다고 하며 혈압을 떨어뜨리고 간 기능을 개선하며 당뇨병을 예방하는 등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포도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은 우리가 가식부라고 생각하여 먹는 포도의 속 알맹이보다는 줄기. 껍질. 씨앗 등에 더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자색고구마도 역시 안토시아닌의 함량이 표피 부근에 더 많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줄어든다고 하니 맛보다 건강을 더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껍질까지 먹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함양의 특산물 자색고구마의 반전을 기대한다. 가공 단계를 거치지 않은 자연음식이 가장 건강한 것이므로 가을겨울에 날마다 쪄먹으면서 감탄사를 연발할 맛있는 자색고구마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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