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상담실에 전화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님이 있습니다. 자녀가 근래에 들어 말수가 적어지고 우울하며 착하기만 하던 아들이 불평을 늘어놓으며 대거리까지 한다고 하시면서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저는 지레 짐작으로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었음을 직감합니다. 아이들은 주로 중2가 되면 이차성징과 더불어 사춘기에 들어섭니다. 자신과 가족밖에 몰랐던 아이가 세상[타인]에 눈을 뜨고 어른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동시에 자신과 남을 비교해보며 자신의 특성을 차츰 이해하면서 자신이 남과 다름을 깨닫게 됩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우월감 내지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설계함으로써 자아 정체성을 형성해가며 어른스러워집니다. 반면에 자존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열등감. 고민. 갈등. 무력감이 나타나고 작은 자극에도 불만이 폭발하기도 하며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에 빠지거나 가출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학교에서 생활지도가 가장 어려운 시기가 중2의 학생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 말수가 적어지고 얼굴이 어둡습니다. 마음을 쉽게 열지 않거나. 가슴 속의 불만이 가득하여 다른 사람의 조언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우울증세가 심한 아이에게는 자존감(자신을 존중하며 자부심을 갖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돌출된 행동과 감정의 기복이 심해 부모의 마음을 애타게 합니다. 이 시기에는 부모의 세심한 배려와 자녀의 마음을 보담아 줄 수 있는 상담[대화]이 필요합니다. 전문적 상담이란 전문적 지식과 훈련을 받은 상담자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내담자의 자각 확장을 도와줌으로써 문제예방. 발달과 성장. 문제해결을 달성해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전문 상담사가 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춘기 아이들은 스스로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와 상담을 요청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청소년기 아이의 최고의 상담자는 부모입니다. 부모는 자녀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고 아이의 마음을 사랑으로써 보듬어 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고민을 상담[대화]할 상대가 없을 때 외로워하고 심각한 좌절감에 빠져듭니다. 상담의 가장 기본은 아이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공감하며 들어주는 것입니다. 공감 경청이란 자녀의 말뿐 아니라 억양이라든지 표정 등을 통해 자녀의 동기나 기분에 귀를 기울여 듣고 이해한 바를 부모의 의견을 섞지 않고 그대로 피드백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이다”라는 말이 시사해주는 것처럼 옳고 그름을 떠나 우선 아이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게 귀를 기울여 주어야 합니다. 자녀의 고민을 말하게 하고 들어주며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상담의 50%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참. 힘들었겠구나!” 하는 이 한마디가 어떤 충고보다도 상처 난 아이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한 아이가 상담실을 기웃하면서도 쉽게 들어오지 못하고 몇 번인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한번은 반갑게 상담실에서 아이를 맞이하여 아이의 마음을 열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평소 부모로부터 학업 부진에 대한 꾸중으로 심리적인 압박을 받아오다가 막상 시험 기간이 되니 공부는 안 되고 초조감과 우울증이 악화되어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와 주기적인 상담 과정에서 부모님과도 함께 대화하면서 아이는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 왔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열고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극단적인 상황은 초래되지 않습니다. 최근 서울시의 ‘청소년들의 고민’에 대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주된 고민은 외모. 공부(학업). 진로. 용돈. 건강. 친구 순으로 나타났고. 설문조사 대상 청소년의 25.6%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으며 그 이유로는 학교성적(29.5%). 외로움(17.6%). 가정불화(16.1%) 등을 꼽았습니다. 청소년기 아이의 1차 상담자는 부모입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긍정적인 언어[칭찬 따위]로써 아이의 자존감을 세워주어야 합니다. 다음에는 ‘특수아동에 대한 이해’란 주제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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