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부부. 올해로 휴천면 금반마을에 귀농한 지 횟수로 6년째인 김재기(50) 설계순(47)씨 부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김씨내 부부는 3만7.000평 규모의 농장을 꾸리며 생활하는 귀농인이다. 이들 부부가 지금의 휴천면 금반마을에 터를 잡은 것은 지난 2008년.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던 이들 부부는 농사라고는 해본 적이 없었지만 주변에 물어보고 공부하기를 6년째. 지금은 어느 정도 초보 농사꾼을 벗어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철저하게 ‘3무 자연농법’을 실행한다. 무농약. 무화학비료. 무비닐피복이 그것으로 상생 또는 공생작물의 혼합재배로 병해충을 방제하는 자연재배법을 기본으로 한다. 6년째 접어드는 이들 부부는 현재 계절마다 생산하는 품목이 다르다. 4~6월에는 고사리나 취나물. 참두릅 등 산나물을. 그리고 5~6월에는 감자. 7~10월에는 태양초. 7~8월에는 올배(행수배). 8~9월은 황금배(사과배). 10~12월 신고배와 배즙. 밤. 11~12월에는 김장배추와 절임배추. 12월부터 2월까지는 토종꿀과 곶감이 이들 부부의 주 농산물이다. 귀농을 했지만 농사라고는 지어보지 않았던 부부에게는 만만한 일이 없었다. 김재기씨는 “처음 콩을 심는데 책을 펴 놓고. 못줄을 치고 그 위에 자를 대서 일일이 심었어요. 후에 치수만큼 나오는 못줄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라며 웃었다. 감자를 심었을 때는 순이 너무 자라 제대로 거두지도 못했다고 한다. 지난 2011년에는 배추가 너무나도 잘 자랐다. 당시 함양군농산물품평회에 내 놨는데 동상을 받기도 했다고. 그러나 그해 6.000포기 배추 중 팔았던 것은 고작 300포기 정도라고. 그는 “초보 농사꾼 농사가 잘 됐으니 다른 농사꾼들은 어땠겠어요. 완전 대풍에 고스란히 밭에서 썩힐 수밖에 없었죠”라며 아쉬워했다. 현재는 절임 배추 형식으로 판매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생산에 비해 소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밭 매는 일이 가장 힘들다는 설계순씨. 그녀는 “가끔 힘들면 호미자루를 집어 던질 때도 있어요. 앉아서 일하는 것이 왜 그렇게 힘이 드는지. 처음 귀농할 때는 좋고 아름다운 것만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쉬운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옆에서 김재기씨는 “물론 밭 매는 일은 힘들지. 처음에는 무념으로 풀을 뽑지만 익숙해지면 잡초도 보이지만 작물이 보이게 되는 거야. 어떻게 하면 잘 자라게 할 것인지. 뭐가 필요한지. 그 정도 경지는 올라야 농사꾼이지”라며 핀잔을 준다. 이들 부부의 현재 주력상품은 친환경 고추. 450평 규모 3동의 고추 하우스 내부에는 싱싱한 고추들이 영글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이 또한 유기농으로 손이 많이 가지만 부부의 손길을 받은 싱싱함이 묻어났다. 김재기씨는 “이렇게 유기농으로 수확을 해도 판로가 걱정일 수 밖에 없어요. 정부에서 유기농을 정책적으로 지원하지만 정작 판로는 만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모두 자가 소비를 해야 하는데 일반 농산물과 가격차이가 있다 보니 쉽게 시장에 접근할 수 없어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9월3일부터 상림공원 앞 ‘맛과 멋’ 식당 주차장에서 새벽마다 열리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 ‘휴’. 가칭 ‘함양농업의 새벽을 열어가는 사람들’이 운영주체이며 김재기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우리 마을만 해도 평균 연령이 75세 이상으로 대부분이 대농은 되지 못하고 자가 소비하는 형태지만 분명히 남는 농산물이 있어요. 소비할 수 없으면 버려지는데 아깝잖아요. 이것들을 모아 판매하면 그래도 조금은 보탬이 될 수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마을 곳곳 이곳에서 조금. 저곳에서 조금. 이렇게 남는 잉여 농산물이 모여 시장이 만들어진다. 잘생기고 규격화 되진 않았지만 친환경 먹거리들이다. 그래서 더욱 재미나는 장터가 완성되는 것이다. 장터는 정도 넘친다. 그는 “아침에 내다 판 돈 몇 천원을 가져다 드리면 ‘아유 안 줘도 되는데’라며 손사래를 치신다. 판매금 중 10%를 보다 나은 장터를 만들기 위한 적립금으로 땠다고 하면 ‘조금 더 떼도 되는데’라며 고마움을 표시한다”라고 말했다. 장터를 운영하는 것은 고된 일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마을 어르신들이 내놓은 농산물을 수거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에게는 남는 것은 없다. 대량 생산을 하는 그로서는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몇 천원 밖에 손에 쥘 수 없으니 수지맞는 장사는 아닌 것이다. 장터는 아직까지 수량도 많지 않고 참여하는 이들이 적다. 그러나 장터의 판매는 순조롭다. 첫날에 30만원 가량. 둘째날은 42만원. 그리고 셋째날은 32만원까지 판매됐다. 새벽장에서 천원짜리가 300개 이상 많을 때는 400개 이상씩 팔린다는 말이다. 신선농산물 직거래 장터 ‘휴’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아무나 와서 판매하는 장마당 틀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러나 상시는 아니고 이렇게 되면 난장이 될 수 있으니까요. 휴일에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이 열릴 수도 있고 숙박하시는 분들이 새벽 장을 구경할 수도 있는 그런 함양만을 독특함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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