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가위는 9월19일입니다. 추석을 한가위라고도 부르는데 음력 팔월 보름날(15일)로 추석. 가배절. 중추절. 가위. 가윗날로도 불러집니다. ‘한가위’라는 말은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입니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인데 다음과 같은 삼국사기의 기록이 있습니다. “신라 유리왕 9년에 국내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두 왕녀로 하여금 그들을 이끌어 음력 7월 열엿새 날부터 길쌈을 해서 8월 보름까지 짜게 하였다. 그리곤 짠 베의 품질과 양을 가늠하여 승부를 결정하고.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편을 대접하게 하였다. 이 날 달 밝은 밤에 임금과 백관 대신을 비롯해 수십만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녀와 부녀자들이 밤새도록 ‘강강술래’와 ‘회소곡(會蘇曲)’을 부르고. 춤을 추며 질탕하고 흥겹게 놀았다. 이것을 그때 말로 ‘가배→가위’라고 하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쓰는 ‘추석’이란 말은 어원이 분명하지 않을뿐더러 중국에서 유래된 것이어서 이 보다는 토박이 말인 ‘한가위’ 라고 부르는 것이 더 좋을 듯 합니다. 한가위 날은 온갖 곡식이 풍성하게 열리는 가을이니 첫 수확한 곡식과 과일로 음식을 차려 오늘을 있게 하신 은덕을 기려 조상님들께 먼저 드리고 그 음식을 여러 이웃과 나누어 먹음으로서 풍성한 한해를 맞는 즐거운 큰 명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가위가 19일 목요일이니 18.19.20일과 21.22일 토요일 일요일을 합치니 공휴일이 무려 5일이나 되는 대박! 이왕이면 월. 화요일까지 휴가를 쓰면 그야말로 평생 누릴 수 없는 9일간 대박의 황금 휴일입니다. 띵까띵까! 춤출 수밖에 없는 황금연휴입니다. 무엇보다도 제일 먼저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됩니다. 4000만 동포 중에서 2700만명이 고향을 찾아 부모를 찾아 자식을 찾아 삼만리하니 6.25와 1.4후퇴 때 피난하던 민족의 대이동 이후 매년 이때 시작되는 어마어마한 민족의 대이동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가히 볼만한 진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중국도 마찬가집니다. 꼬리에 꼬리를 잇는 교통대란이 시작됩니다. 10시간 16시간 18시간. 그래도 갑니다. 하늘로 바다로 땅으로. 날든 수영하든 기든 어찌하든 갑니다. 고향이란 이름만으로 부모님이 계신다는 이유만으로 돈이 깨지든 밥을 굶든 길가에서 오줌을 싸든 갑니다. 잠시 몇 시간 부모님과 친척들과 친구들의 얼굴 한번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따뜻한 밥 한 숟가락 먹은 뒤 몇 시간 뒤에 다시 10시간 16시간 18시간 되돌아온다 하더라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어찌됐든 갔다 옵니다. 몸은 엄청 피곤하고 힘들어도 마음은 하늘을 나는 것 같습니다. 고향을 갔다 와야 그래야 마음이 푸근하고 왠지 부자가 된 것 같고 여유가 생기고 사람 사는 맛이 생기고 입이 헤벌려져 히히 하하 호호하며 직장생활도 수월히 하고 가정생활도 더 새록새록 해 나갑니다. 물론 열흘 쯤 지나면 약발이 떨어져 다시 고달프고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허덕이겠지만 그래도 한가위가 있는 달은 보름달처럼 둥글게 펑퍼짐하게 생활이 부풀어 오르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라고 말합니다. 얼마나 욕심 없는 소박한 서민의 마음입니까. 나 같으면 ‘덜은 절대 안 되고 더 더 더 한가위만큼 하여라’라고 말 할텐데... 하.하.하. 욕심은 끝이 없음을 스스로 알아야 하겠지요. 나는 한가위 날이면 유달리 떡이 생각납니다. 그것도 하얀 송편. 그 송편을 먹지 않으면 한가위 같지가 않습니다. 어머니는 한가위가 가까워 오면 내게 여동생과 함께 가서 마을 뒤편 산에 가 솔잎을 따오라고 시켰습니다. 우리는 대바구니에 한가득 솔잎을 따옵니다. 어머니는 깨끗이 씻어 불려놓은 쌀을 머리에 이고 동네 방앗간에 갑니다. 어린 우리들은 졸래졸래 어무이를 따라갑니다. 방앗간은 그야말로 문전성시입니다. 불야성을 이룬 여기저기서 떡방아기계가 벨트를 타고 우르르 쾅쾅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하얀 수증기가 푹푹 쏟아져 나오고 사람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치고 기계가 돌아가고 정신은 왔다 갔다 합니다. 우리는 엄니 손을 꼭 잡고 이리저리 난리치고 하얀 떡가루가 스르르스르르 나오는 것을 보며 히히덕 웃고 얼굴에 묻히고... 저녁에 식구가 빙 둘러 앉아 어무이가 반죽해 놓은 쌀떡을 한 웅큼씩 떼어 송편을 만듭니다. “엄마. 이렇게 하는 거야?” “엄마. 얘는 콩도 안 넣고 이렇게 찌그러뜨려 놓았다.” “엄마. 자기가 만든 건 자기가 먹어야 해? 그럼 표시해 놓아야 해?” 하얀 떡반죽 속에 검정콩. 깨. 설탕. 밤을 넣고 오므려 반달모양으로 예쁘게 빚어 놓습니다. “예쁘게 빚어야 나중에 시집갈 때 예쁜 신랑 만나고 시집가서 잘 사는 거야. 그러니 예쁘게 만들어라.” “그럼. 나는?” “예쁜 신부 만나지.” 우리는 그 말에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엔 토끼. 거북이. 돼지. 새. 물고기 모양으로도 송편을 만들어 놓고 낄낄거렸습니다. 어머니는 그것을 시루에 하얀 천을 깔고 우리가 따온 솔잎을 깔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송편을 올려놓았습니다. 솔잎 깔고 송편 놓고. 솔잎 깔고 송편 놓고 켜켜이 놓았습니다. 그리고 불을 지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