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손에 들려준 스마트폰을 다시 뺏는 건 전투에 가깝다 2000년대 들어서며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사회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들어서고 스마트폰의 세상으로 변했다. 요즘 어른. 아이를 떠나 스마트폰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의 필수품이 된지 오래됐다. “아침 먹어라” 엄마는 아들을 불렀다. 아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스마트폰 게임에 몰입해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독촉이 이어졌다. “×× 짜증나네.” 아들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엄마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아들의 뺨을 때렸다. 아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게임을 즐기던 그 스마트폰으로 엄마를 112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엄마는 음주폭행 전과가 있었고 아들을 때렸던 아침에도 전날 마신 술기운이 남아 있었다. 얼마 전 경기도 수원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엄마의 알코올 의존증만큼이나 걱정이 된 건 아들의 스마트폰 중독이었다. 오전8시 스마트폰 게임에 파묻혀 있는 초등학교 3학년생의 두뇌에는 “밥 먹어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술 냄새 풍기는 엄마의 목소리는 스마트폰 화면에 구현된 자신의 세계를 침범하는 ‘짜증나는’ 대상일 뿐이었든 것이다. 게다가 손찌검까지 했으니 경찰에서 진술한 것처럼 자녀에게는 엄마가 “홧김에 신고”해야 할 현행범이었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 알코올 의존증과 경찰 신고라는 두 가지 팩트를 빼면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닥거리는 아이의 모습이 남는다. 일상에서 너무 쉽게. 자주 관찰할 수 있는 장면이다. 문제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생 6명 가운데 한 명꼴로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으로 분류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잠을 못 이루거나 밥을 먹지 못하고 불안과 초조함을 호소하는 아이들인 것이다. 부모도 이런 중독의 위험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자녀의 손에 들려준 스마트폰을 다시 뺏는 건 전투에 가깝다.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미디어중독예방센터에는 전투에서 패배한 부모들의 상담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대체로 이렇다. ‘딸이 스마트폰 채팅에 너무 빠져서 요금제를 끊었더니 가출하겠다고 협박한다’ ‘스마트폰을 뺏으면 아이가 급우들과 단체 채팅을 못해 사이버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부모들은 중독의 늪에서 자식을 빼내올 방법이 없다고 호소한다. 자녀를 스마트폰 중독자로 이끄는 건 사실 부모들이다. 당장 식당에만 가도 알 수 있다. 부모에게 스마트폰은 울거나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는 최고의 수단이다. 아이들은 수다를 떠는 부모들 곁에 얌전히 앉아서 스마트폰 화면을 주시한다. 어른들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다른 손님에게 폐도 끼치지 않는다. 자녀가 스마트폰의 즉각적 응답체계에 순응해가는 걸 “집중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하는 황당한 부모도 있다고 들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파놓은 중독의 늪에 빠져들어 간 것이다. 미디어중독예방센터 상담사들은 “뇌가 발달하는 어린 나이에 스마트폰에 빠져들수록 중독의 폐해도 크다”고 말한다. 만으로 아홉 살짜리 아들에게 고발당한 수원 사건의 엄마는 어쩌면 이런 원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폭력을 당한 9세 아들이 엄마를 직접 신고했다는 것에 이 사건에 대해 많은 국민은 아들이 부모를 신고한 ‘하극상’에 매우 분노하였으며. 특히나 게임을 제지하는 엄마에게 아들이 욕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공분을 느꼈다. 누리꾼들은 “요즘 부모들이 자식을 오냐오냐 키우니까 애들이 개념이 사라졌다”며 아동의 행동을 비난하는 양상을 드러냈다. 언뜻 생각해 보면 부모를 직접 신고한 아이의 행동은 우리 정서나 문화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불편한 현상 속에서 자신을 때리는 엄마의 폭력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어 하는 아이의 절실함과. 아이 욕설의 결과물이기에 뺨을 때리는 비인격적 행동은 묵과해도 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부모는 과격한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문제행동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키우는 아이이기에 남들에게 칭찬받고 잘 자라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른에게 대들거나 욕을 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용인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어떤 부모들은 빗자루 매를 들어 아이들을 흠씬 두들겨 패기도 한다. 이처럼 부모들이 ‘매 때리는 훈육방법’을 사용하는 데는 단순하면서 강력한 이유가 있다. 지금의 부모 세대들은 맞으며 자라왔기에 그들에게는 때리는 방법이 손쉬울 뿐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방법이다. 또한 아이가 맞으면 행동에 변화가 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매’ 효과는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조언이고 보면 사회가 발달될수록 예견된 증후군이 미래에는 또 어디로 튈지 럭비공 같은 존재라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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