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대암 삼층석탑(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 34호)을 보기위해 돌계단을 오른다. 석탑은 대부분 법당 앞에 자리한다. 그러나 금대암 석탑은 법당보다 놓은 곳에 있다. 암벽 옆에 자리 잡은 석탑은 통일신라시대 일반적 양식을 계승하고 있다. 기단부분 없이 암반위에 바로 1층 탑신을 세운 특이한 형식이다. 탑신에는 양쪽 귀퉁이에 우주를 조각하고 그 밖에 다른 조각은 보이지 않는다. 조각 기법을 볼 때 고려말기 혹은 조선시대 초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돌계단을 내려와 무량수전 안으로 들어선다. 툇마루 우측 벽에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동종이 놓여 있다.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268호다. 몸체에 새겨진 명문에 의하면 영조10년(1734년) 산청 쌍계사(雙溪寺)에서 제작된 것이다. 동종은 군데군데 세월의 녹을 피웠다. 꼭대기에 용뉴가 보인다. 용뉴에는 자그마한 용의 모습이 있다. 정교한 모습으로 조성되어 금방이라도 허공으로 날아갈 듯한 모양새다. 범종 소리의 울림을 부드럽게 해주는 원통형의 음통은 약간 훼손되어 있다. 이것은 범종의 내부와 관통하여 속에서 울리는 소리가 맴돌면서 긴 여운을 남기게 하는 역할을 한다. 용뉴와 음통은 우리나라 범종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절에서 종을 치는 이유는 고통 받는 중생들이 불음(佛音)을 듣고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게 해주기 위해서다. 또한 지옥에 있는 중생의 영혼까지 구제하고자 하는 의미도 지닌다. 모든 생명 있는 이들이 절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마음속에 번뇌를 떨쳐버리고 즐거움을 얻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범종 소리는 부처님의 법을 종소리에 실어 멀리멀리 보내기에 종음(鐘音)이라 하지 않고 종성(鐘聲)이라 말한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종성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아주 오래전 서울에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공부할 때 성북동에 있는 어느 절집에서 지냈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목탁소리가 똑. 똑. 똑. 울리고 도량석이 시작되면 절집의 하루가 열렸다. 스님들은 세수를 하고 예불을 준비했다. 도량석이 끝나면 목탁소리가 멈추고 동종이 울렸다. 파란 여명이 몰려오는 시각. 고요한 산사에서 듣는 종소리는 나를 선계에 데려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왔다. 눈이나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그 소리가 더 운치가 있었다. 동종 소리는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하며 잠에 취해있는 나를 깨웠다. 나는 꿈인 듯 생시인 듯 아름다운 소리를 타고 나홀나홀 허공을 날아다니는 기분을 느끼고는 했다. 종소리에 빠져 예불시간에 자주 지각을 하고는 했다. 그것이 행복인 줄을 그때는 몰랐다. 그 나른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동종만 보면 그때의 느낌이 아슴아슴 살아났다. 어쩌다 법회에 참여하게 되어 종성을 듣게 되는 날이면 하루 종일 행복했다. 금대암 동종도 누군가에게 그런 행복을 주었을 것이다. 동종이 있는 툇마루를 건너 법당에 들어선다. 중앙에는 아미타 삼존불이 좌정해 있다. 그 앞에는 백팔배를 올리는 신심 깊은 보살이 보인다. 아미타 삼존불을 향해 자신을 낮추고 있다. 두 손을 모으고 주불을 향해 합창 한다. 그 순간 귓속으로 성북동 어느 절집에서 들었던 종성이 이명처럼 울린다. 어떤 물건은 추억의 소리를 불러오는 모양이다. 기억속의 종성을 들으며 백팔배를 올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땀방울이 뚝. 뚝. 뚝. 법당 바닥으로 떨어진다. 번뇌의 허물이 땀방울이 된 것일까. 혼자만의 종성을 들으며 번뇌의 허물을 뚝. 뚝. 뚝.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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