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참새가 지저귀는가 싶더니 매미가 귀청을 따갑게도 울어댄다. 바야흐로 여름이다. 소나기가 한차례 퍼부어 한낮의 불볕더위를 식혀주길 기대했는데 먹구름만 부질없이 바람 따라 이리저리 몰려왔다 이내 사라진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 입맛도 없어지는 계절이다. 이런 때일수록 잘 먹어야 한다며 찾아가는 집들이 있다. 바로 우리의 입맛을 찾아주는 ‘맛 집’ 이다. 유럽인들이 혐오하는 식품인 영양탕을 비롯한 삼계탕. 추어탕. 콩국수. 보리밥. 오리고기. 돼지국밥 등등 메뉴도 다양하다. 메뉴를 정하고 난 다음엔 식당을 찾아가지만 그곳이 만약 사정이 생겨 음식을 먹을 수 없다면. 손님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으로 돌아서는 발길이 무거워진다. 만약 잠시 동안이 아니라 영영 그 주인의 손맛을 볼 수 없는 지경이라면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으리라. 젊은 시절 터를 잡고 장사를 시작해 몇 십 년을 그 맛을 잃지 않고 지켜온 ‘○○’식당 ‐ 소고기 국밥집이다. 세 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마다 입덧을 하면 그 국밥으로 속을 다스리곤 했다. 이후로도 요즘처럼 입맛이 없을 때 가끔씩 들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 주인아주머니의 건강악화가 이유였다. 30~40년을 함께 일해 온 종업원이 있었지만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영업을 할 수가 없었는지 식당문은 계속 닫혀있었다. 아쉬움을 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하루빨리 쾌차하길 기원하면서. 국밥을 다시 맛볼 수 있기를 바라며. 비단 국밥집을 빌어 서두를 열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의 요지는 맛 집의 맛이 대를 이어 지속되지 않음이 안타까운 것이다. 물론 몇 집은 대를 이어 가는 곳도 있다. 그렇지만 최근 몇 달 사이 두 곳이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모두 준비 없이 닥쳐온 현실이다. 그 맛을 어느 누구도 재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인이 한곳은 건강악화로 위중한 상태이며. 또 한곳은 뜻하지 않은 질병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제 그 맛 집의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그곳에 가면 먹을 수 있었던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없다. 사람들은 한동안 그곳을 추억하겠지만 곧 기억에서 잊혀 질 것이다. 물론 맛을 계승하여 맛 집을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다른 직업들도 많은데 굳이 힘든 일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맛을 지킨다는 것은 우리들의 것을 지키는 것이다. 함양의 맛 집을 검색하여 보니 추어탕집이 뜬다. 정말 다행이도 시어머니의 손맛을 며느리가 대를 이어가고 있다. 내가 아는 어느 국밥집도 20여 년 동안을 어머니와 함께하며 며느리와 아들이 이어가고 있다. 장날이면 가끔 들러서 먹곤 하는 집이다. 어린 시절 친정엄마가 끓여주던 순대국 맛을 느낄 수 있어서 간다. 순대국을 끓이려면 내장을 손질하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다. 이익이 많이 남는 일도 아닌 일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하고 음식을 해보지만 그 맛을 재현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입맛이 변해서 그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동안 익혀지는 손맛이란 것이 있어서 구수한 된장국하나라도 어머니와 같을 수는 없다. 김치도 그렇다. 칼칼하니 뒷맛이 개운한 맛이 없다. 한마디로 개미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 먹어왔던 음식을 기억하고 재현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고향의 맛이란 것이 얼마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인지를. 고향을 찾는 것은 그 맛을 찾는 것이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고향의 맛을 지키기 위해 뜨거운 불앞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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