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나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쇼핑의 즐거움!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여자들이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무료하거나 낙이 없을 때면 백화점에 가 하루 종일 쇼핑하고 양쪽 팔이 모자라도록 물건을 사들고 들어온다고 하듯 인터넷에서의 쇼핑도 즐겁기가 한이 없었습니다. 이 코너 저 코너를 찾아 들어가 물건을 살펴보고 가격을 비교해보고 구매자의 평가를 읽어보고 며칠 내내 나는 눈만 뜨면 인터넷 창을 열어 쇼핑몰에 빠져들었습니다. 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GS쇼핑몰. CJ쇼핑몰 등을 날아 다녔습니다. 내가 여행을 떠나야지 결심한 것은 순전히 건강 때문입니다. 비실한 체구에 당뇨마저 걸려 헬스를 다니든 걷기대회를 참여하든 자전거를 타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낭만적으로 나 혼자 떠나는 여행을 하면서 건강을 증진시켜보자. 이런 원대한 포부를 갖고 일을 저지르기 시작한 겁니다. 제일 먼저 나는 여행관련 동호회를 기웃거리며 살폈지요. 여행은 어떻게 가야 하나? 여행을 가려면 어떤 물품들이 필요한가? 어느 물건이 좋은가? 어디서 물건을 사나? 주의사항은 무엇인가?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 여자(아내)는 꼭 데리고 가야 하나? 등을 살폈습니다. 마침내 기막히게 찾아낸 여행 동호회 모임 <나여추>에 가입해서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나홀로 여행 떠나기와 나만의 추억 만들기의 <나여추> 에서 많은 가르침을 얻으며 여행의 기쁨에 대한 진수를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이윽고 물품 목록 작성과 제품사를 선정하여 대충 가격의 정도를 정한 다음 쇼핑몰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물품을 사대기 시작했습니다. 좋았습니다. 카드번호만 찍어대면 보이는 물건이 전부 즉시 내 것이 되었습니다. 하루에 이틀이 멀다하고 택배 아저씨들이 우리집을 극성스럽게 들락날락거렸습니다. 어떤 때는 마음이 급해 택배회사에 전화를 걸어 내가 물건을 찾으러 갔습니다. 텐트. 배낭. 아웃도어 옷. 모자. 선글라스. 슬리핑백. 배게. 코펠. 가스버너. 랜턴. 물통. 숟가락. 젓가락. 도마. 칼 등 취사도구. 식탁. 간이의자. 조명. 해먹 심지어 캐논 사진기에 노트북까지. 놀란 마누라가 말리지 않았으면 해외여행을 위한 비행기까지 살 뻔 했습니다. 내 방 한구석은 여행물품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올 것이 왔습니다. 카드명세서가 날아오던 날 아내와 나 사이에서 세기의 한판 승부 <적벽대전>이 일어난 것입니다. 누가 이겼겠습니까? 말할 것도 없이 당연히 나이지요. 나의 작전은 <선先저지르기 후後처리>와 너죽고 나살자라는 <물귀신>작전과 <배 째라>작전 그리고 <좋은 게 좋은 거다> 오로지 <당신을 위하여. 가족을 위하여> 작전이니 아내가 당해 낼 수 있겠습니까? 두 손 든 아내가 난 모르겠소. 당신이 저지른 일 당신이 처리하시옷! <나 모르쇠>전법으로 물러났습니다. 그것도 내가 예측한 전법입니다. 집안 최종적 경제부채를 결국 누가 감당하겠습니까? 나는 놀고 먹는 백수인데. 하.하.하.   아!. 아! 한여름 밤의 꿈과 낭만을 좋아하는 함양. 우리 함께 여행을 떠나요! 고래를 잡으러 산으로 갈까요? 바다로 갈까요? 짙푸른 녹음이 울창하게 춤추는 시원한 산으로 우리 여행을 떠나요! 망망대해 푸른 물결이 넘실넘실 춤추는 바다로 우리 여행을 떠나요! 며칠 전 울산앞바다에 참돌고래 4500마리 나타났다는데 그놈들 잡으러 태평양으로 떠나볼까요? 많은 직장에서 주5일제 근무가 실시되면서 사람들이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되었지요. 학생들도 토요일에 학교에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가족만의 시간이 생긴 겁니다. 그래서 2. 3년전부터 오토캠핑 바람이 불었습니다. 주말이면 오토캠핑 떠나는 인파로 고속도로가 막힙니다. 똑똑한 현대의 젊은 주부들을 보십시오. 스마트폰 자판 위를 날아다니는 날렵하고 빠른 기막힌 독수리 타법의 검지손가락. 카카오게임으로 갈고 닦은 실력으로 인터넷정보를 찾아내어 주말이 되기 무섭게 차를 타고 산으로 바다로 시골로 디즈니랜드로 제주도로 지리산으로 중국 호주로 국내외 가리지 않고 겁 없이 떠납니다. 함양이라고 주말에 집에서 발가락만 까닥거리며 TV만 보고 있겠습니까. 함양의 젊은 주부들은 더 난리입니다. 도시의 아이들에게 뒤떨어질까봐 문화적 교양을 아이들에게 체험시키기 위하여 미술관이고 음악회고 가리지 않고 달려 나갑니다. 함양은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 달에 한 두 번은 여행을 떠납니다. 외국도 잘 다녀옵니다. 함양의 네파. 블랙야크. 밀레. 레드페이스 등 아웃도어점들이 제철을 만났습니다. 보통 산으로 강으로 시골 체험농장으로 가겠지만 함양의 가정은 역주행하여 도시로 갑니다. 백화점에 가 쇼핑하고 대형마트에 가 카트 한가득 물건을 사고 영화구경하고 외식하고 돌아옵니다. 또 유명 스파나 워터월드를 찾아 떠납니다. 경주고 부산이고 명소를 찾아다닙니다. 유명 오토캠핑장에서 동호회 회원들을 만나 밤새도록 음식도 먹고 게임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고 연주회도 하며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삶과 문화를 공유합니다. 함양에 아는 한 분이 실제로 오토캠핑 트레일러를 샀습니다. 그래서 온가족이 주말마다 여행을 떠납니다. 승합차에 매달고 전국의 아무데나 가다 경치 좋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세우고 바로 그곳에서 온가족이 밥해 먹고 고기 구워먹고 잠자며 방랑자의 여행 진미를 맛보는 겁니다. 우와! 숙식비 안 들고 마음대로라 좋겠다. 그 트레일러 나 좀 빌려 주세요 했더니 그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차 뒤꽁무니에 뜯었다 붙였다 하는 게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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