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숲 ‘상림’은 함양을 대표하는 또 다른 함양의 이름이다. 전국적으로 상림을 찾는 사람이 그 만큼 많고 상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다 알듯이 천연기념물 제154호인 함양 상림은 함양읍 서쪽 위천에 자리잡고 있으며 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천령군의 태수로 있으면서 조성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얼마 전에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에서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물론 애지중지하여서 그렇겠지만 상림은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뜯겨져 고쳐지고 있다. 건설과 확장과 개조와 보수와 유지로 쉴새없이 공사가 이루어져 오고 있다. 몇 번의 가로수 교체와 잊을 만하면 뜯겨져 나가는 보도블럭과 위천 따라 심어지는 꽃과 나무의 교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상림숲은 이윽고 예술회관이 들어서고 박물관과 사회복지관이 들어서고 고운광장과 도농만남의 광장이 들어섬으로서 천년이라는 의미가 상실되고 자연이라는 자연미가 사라지기 시작함으로서 요즘 유행어처럼 너나 나나 똑같은 손 댈 것이 없는 성형미인으로 바뀌어져가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명분과 실리로 타당성을 가지고 무엇이 문제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커다란 대의로 보면 이젠 고적하고 그윽하고 역사와 얼이 굽어 흐르는 신라 때부터 내려오는 깊은 천년의 숲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전국 어디에나 가면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인공숲의 하나로 똑같이 변질되어 가고 있음을 간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 예로 지금 까막소에 다리를 짓고 있다. 다리 이름을 공모한다는 광고도 보았다. 어린이공원과 잇는다고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다리 옆에 또 인공의 다리를 꼭 놓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 근처에만 다리 3개가 있다. 그렇게 다리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정겨운 징검다리가 더 낫지 않을까? 상림숲에 관련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나를 더 꺼내본다. 금호미손이다. 고운 최치원 태수가 상림숲을 다 조성하고 금호미를 나무에 걸어 놓아 어떤 악귀도 나쁜 해충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였다는 재미난 설화가 소개되고 있다. 그 금호미를 조형물로 제작하여 고운광장에 세워놓은 것은 좋은 상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금호미손을 본 사람들의 느낌이다. 이곳을 찾은 외부의 많은 사람들이 꼭 물어보는 것이다. 저 호미가 무엇인데 광장입구에 저렇게 무섭게 서있느냐는 것이다. 애써 금호미손 설화를 설명했는데 그게 아니다. 관광객 중 열에 일곱의 느낌은 이렇다. 금호미가 너무 사실적이고 날카로와 무섭고 무슨 무기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가끔씩 보는 러시아 스탈린 광장에서 노동자들이 혁명을 하는 무슨 투쟁 같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빨치산에 관련된 느낌을 받았다. 무슨 민주 혁명의 광장을 상징하는 것이냐는 등등 고운선생의 상림숲 조성과 토속설화와는 전혀 다른 투쟁의 이미지가 전달되는 것에 대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몇몇 사람만의 감정인가 하여 많은 사람에게 물어 보았는데 긍정적이 아니라 부정적 견해가 많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함양의 대표적 숲이기에 그냥 넘어 갈 문제가 아닌 듯 싶다. 금호미손이 세워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숲에 어울리지 않은 날카로운 조형물 자체가 문제다. 아늑한 숲에 느닷없이 쳐들고 서 있는 날카로운 저 호미는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천년 역사의 숲에 자연스럽고 친근감이 가는 좀 더 예술성 높은 조형물이 주위와 어우러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관계부서에서는 한번쯤 되돌아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검토하여 실제로 그런가 살펴보고 향토성이 나타나는 좋은 방향으로 모색하였으면 한다. 더불어 상림숲을 이제는 가만 놓아두고 쉬게 하였으면 좋겠다. 즉흥적으로 쉼없이 무엇을 짓고 만들고 따라가기 보다는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쉬고 안정과 여유와 사색을 하고 쉬다 갈 수 있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으로 남겨주었으면 한다. 세심한 배려와 아늑한 자연 공간확장으로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남겨주었으면 한다. 관광 쪽 보다는 청정 이미지의 깊은 역사의 쉼터 쪽으로 방향이 전환되어 가치의 차별화가 이루어졌으면 좋을 것 같다. 미인은 천하게 찍어 바르는 것이 아니라 그윽한 자태로 세수만 하여도 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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