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이한 함양의 여러 관광명소들 가운데 으뜸으로 많이 찾는 두 곳이 있다. 바로 상림과 개평마을이다. 상림은 함양의 관광1번지로 사계절 많은 발길을 모으고 특히나 지금처럼 오색찬란한 단풍으로 물든 상림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개평마을은 한 마을에 5점의 문화재가 등록되어 있고. 아름다운 돌담과 아늑한 한옥으로 구성되어 마을 곳곳을 돌아보며 많은 방문객들이 관심과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작년 여름 대통령의 라디오연설 중 아름다운 한옥마을로 개평마을이 언급되고 난 뒤 더 많은 관광객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것도 사실이다. 함양에 개평마을이 있다면 경주엔 양동마을이 있다. 양동마을은 201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더 많은 관심을 받으며 연일 끊이지 않는 방문객으로 몸살을 앓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양동마을에 기대를 가지고 방문하였지만 어느 집 하나 자유롭게 살펴보지 못하고 마을 길을 이리저리로 거닐다 마을전경을 살펴보고 내려오는 게 고작이라 방문한 사람들의 실망감이 드러나기도 하는 게 양동마을의 현실이기도 하다. 조상의 유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것은 가문의 큰 영광이다. 가문의 큰 영광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문의 인내와 고통이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다. 찾는 사람들도 후손들의 그런 태도를 존경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경주 양동마을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지 않았던 시절이 그리울 만큼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이 한국인의 자랑이면 당연히 마을사람들의 자부심이어야 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외부 관광객들로 인해 불편을 호소한다. 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문화재는 현장을 직접 볼 수 없도록 문을 잠궈 놓았고 양동마을의 경우 향단은 이 마을의 핵심 공간이지만 굳게 문이 닫혀 있기 때문에 담장 밖에서 구경하는데 만족해야 한다. 양동마을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위치한 독락당의 경우도 굳게 문이 닫혀 있기 때문에 안을 전혀 볼 수 없다. 그러니 찾는 사람들은 문이 굳게 닫힌 문화재를 바라보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특히 먼 곳에서 찾아온 한국인은 물론이지만 외국에서 찾은 사람들은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 세계문화유산을 단순히 불편하다는 이유로 개방하지 않는 것은 훌륭한 조상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후손의 자긍심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죽했으면 마을에서 이렇게 했을까 하는 이해가 가는 것도 사실이다. 개평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양동마을과 비교하여 설명을 하다보면 이렇게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개방한 문화재 소유주에게 감사하단 말을 건네기도 한다. 개평마을에서 가장 핵심건물은 일두고택이다.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 급(級) 높은 문화재지만 어떤 제재도 없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물론 목조건물의 취약성인 화재예방이나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보기 위한 CCTV가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관광객들은 전혀 거리낌없이 집 안 곳곳을 살펴보곤 한다. 너무 자유로워서일까 전혀 해서는 안 될 담배를 입에 물고 들어오는 경우와 고택 안을 자유자재로 열어 보고 창호지를 뚫어 놓기도 하고 세간을 함부로 다루기도 한다. 양동마을과 비교하면 있을 수도 없는 행위를 쉽게 하는 것이다. 개방을 해 준 문화재를 소중히 보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 보다는 오히려 함부로 해도 된다는 풀어진 마음이 문제가 된다. 문화재 개방에 따른 적정선이 필요한 때가 된 것 같다. 문화재는 공개하지 않고 보존한다고 해서 보존할 수도 없다. 오히려 귀중한 문화재가 빨리 훼손될 것이다. 문화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특히 건물의 경우에는 사람의 발걸음이 닿아야만 오래 보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많은 방문객이 찾는 일두고택의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문화재 보호구역을 지정하여 금연구역 설정과 방문 시간제한 등 관광객의 불편을 크게 해치지 않는 정도의 적정선은 정해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 개평마을 일두고택은 선비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찾는 사람과 함께하는 공간이라야 오랫동안 정신도 살아 숨 쉰다. 특히 성리학자들의 공간은 사람이 직접 공간 속에 들어가야만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공간에서 선비들의 삶을 충분히 알 수 있고. 공간에서 충분히 선비들의 삶을 느껴야만 문화재의 가치도 체득할 수 있다. 개방과 제한에 따른 적정한 기준을 관광객에게 이해시키고 방문한 이들에게도 주의를 당부한다면 양동마을처럼 아예 문을 닫아 버리는 나쁜 사례는 되지 않을 것이다. 선비정신은 국가나 이웃의 일에 그 누구보다도 먼저 고민하고 실천한 분들이다. 선비정신이 깃든 문화재에 관광객의 발길이 함부로 하지 않길 빌며 문화재 개방에 따른 고민을 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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