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텃밭 농사꾼이었을 때다. 그때는 뭘 한 가지 심어놓으면 오로지 빨리 자라기를 기대하면서 매일 지키고 섰던 생각이 난다. 그때도 다른 건 몰라도 참고 기다리는 것 하나는 잘했다. 양분도 안주고 말이다. 오리가 평화롭게 물위에 떠 있는 것 같아도 발은 쉼 없이 움직이듯, 거름 주고 풀 매주고 흙을 북돋아 주고 솎아주고 뒷일이 만만치 않은 것이 농사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면 농사를 망친다. 농사는 인내의 결실이기보다 부지런함의 결실이다. 김해에 있을 때다. 교회당 옆에 작은 마을 운동장이 있었는데, 그 가장자리에 뭘 심어볼 요량으로 삽 곡괭이로 땅을 갈아엎었다. 한번 내려치면 ‘팅’하고 튕겨 올라왔다. 손에 물집이 생기도록 계속 파고 판결과 조그만 텃밭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상추, 배추, 시금치, 고구마, 가지, 배나무까지 골고루 심었다. 그런데 싹은 예쁘게 나는데 크게 자라지를 않았다. 땅에 거름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안 것은 한참 뒤였다. 전문 농사꾼이 아닌 줄 아는 탓에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어릴 때 곁눈질로 본대로 어머니가 농사하시던 것을 따라는 해봤는데 눈썰미가 없었던 나는, 변소의 오물을 퍼서 밭에 뿌려도 그 이유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조상들은 ‘한 사발의 밥은 남에게 줘도 한 삼태기의 재는 주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거름을 귀히 여겼다. 요즘은 어떤 분야든지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똑같은 사람이라도 해낼 수 있는 능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교육은 고용인, 피고용인 둘 다에게 흡족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농사도 쉬운 것 같지만 세심한 손길과 제법 알아야하는 기초지식이 깊다. 나는 시골 농부 어르신들의 예술에 가까운 농사 실력에 매일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모종 간 간격도 정확하고 이것저것 농작물의 어우러짐도 너무 멋지다. 복잡한 작부체계를 훤히들 꿰고 있는 것이다. 잘 관리된 밭에서는 날마다 수확할 것이 있다. 나도 제법 공들여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까지 땄다. 자그마한 텃밭을 가꾸는 것도 미리 잘 준비하지 않으면 제때 열매를 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어려워했던 호박 농사와 배추농사를 잘하고 싶어서 시간을 쪼개어 배웠던 것이다. 이론에 실습에 쫓아다녔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이젠 웬만한 농사는 어느 정도 할 줄 안다. 다른 건 몰라도 옥수수 하나는 제 맛나게 키울 줄 안다. 옥수수는 생각보다 거름을 넉넉히 해야 한다. 그리고 되도록 비료는 안해야 한다. 열매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하면 한약찌꺼기를 주변에 올려놓으면 좋다. 옥수수의 단맛이 올라간다. 그리고 삶지 말고 쪄서 먹어야 한다. 20분 정도. 아무 단것을 넣지 않아도 무척 달다. 그렇게 잘 키우는 법을 가르쳐줘도 그대로 안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네 믿음대로 될지어다’이다. 지금은 도시에서도 농사를 많이 짓는다. 옥상이나 베란다, 가까운 교외에서 주말농장까지, 몰라서 그렇지 농사보다 매력적인 일은 드물다. 휴대폰으로 그때그때 작물들 사진을 찍어 놓으면 재밌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어떤 예쁜 사진보다 배추, 무, 쪽파, 고추, 가지 이런 채소 사진이 어디 내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앞으로 농사의 매력을 발견하고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농사꾼이 많아졌으면 한다. 멋모르고 농사에 달려드는 사람도 계속 있어야 할 텐데……, 도시로 도시로 자꾸 비워져가는 이웃의 빈집들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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