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나라가 직면한 현실을 바라보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역사에 관한 작자 미상의 명언인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이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나 사실이 아니다. 역사는 현재 우리나라와 민족을 지탱하는 힘이고 미래를 향해 나갈 근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역사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가? 오래전부터 진행된 일본의 역사 왜곡(위안부, 독도 등), 중국이 펼치는 동북공정, 최근에 일어난 육사 교정에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논란, 이 세 가지의 중심에는 ‘역사’란 공통 분모가 있다. 일본이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식민 통치, 위안부, 독도 분쟁은 오랫동안 역사적 왜곡을 통해 펼치는 일본의 주장이다. 우리 정부의 반대에도 일본은 역사 교과서를 중심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왜곡된 주장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일본이 독도문제를 학생들의 교과서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50년 뒤, 100년 뒤를 염두에 둔 장기적인 계획이다. 중국은 남북의 평화적 관계를 보며 동북 지방의 영토 문제를 염려한다. 남북의 관계가 호전되어 통일되면, 이후 동북 3성(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의 영토분쟁을 예상한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도 한국과 관련된 역사 작업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동북공정’이다. 그 내용은 매우 치밀하다. 동북 3성 지방의 역사,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오늘까지 연결되는 현실 상황의 인과관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프로젝트이다. 이런 외세의 역사 침략 앞에서 힘을 모으시기보다, 우리는 스스로 역사의 분열과 갈등을 만들고 있다. 그것이 바로 얼마 전 발생한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논쟁이다. 홍범도 장군은 자신과 가족을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꺼이 바친 독립운동가이다. 이런 장군의 삶과 명예를 불확실한 이념논쟁으로 실추시키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은 치밀하면서도 긴 시간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응은 이들의 치밀함과 긴 시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집권 세력의 입장에 따라 이런 대응이 너무나도 쉽게 흔들린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질문하게 된다. “정치인들에게 ‘역사’는 무엇인가?” 그저 정권을 잡고 지키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의 근원에는 역사를 단기적으로 보는 짧은 역사관(부분적 역사관)이 자리 잡고 있다. 즉, 특정 시대와 부분에 집중해 역사를 보는 관점이다. 필자는 ‘역사’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역사 왜곡’은 ‘시간을 훔치는 것’이다.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역사 왜곡은 지나간 시간인 ‘과거의 시간’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이미 일본과 중국은 역사 왜곡을 통해 우리의 과거 시간을 훔치고 있다. 둘째, 역사 왜곡은 미래의 시간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과거의 시간을 도둑맞은 사람(집단)은 미래의 시간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이것이 일본과 중국이 역사 왜곡을 하는 최종적인 목적이다. 지나간 시간의 상실(역사의 상실)을 통해 미래의 시간을 빼앗기 위함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시간은 외세에만 도둑질당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의 소수 사람에 의해서도 도둑질당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스스로 질문해 본다. “나는 지금의 이익을 위해, 과거와 미래를 팔고 있지 않는가?”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