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國歌)는 애국가입니다. 애국가는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 국민이 함께 부르는 노래’를 뜻하며 우리나라의 공식 의식이나 행사 때 제창합니다. 세상 모든 나라에는 그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와 국가가 있듯이 각급 학교에도 학교를 상징하는 교기와 교가(校歌)가 있습니다. 교가는 학교의 교육이념, 정신, 이상, 특성 등이 잘 나타나도록 특별히 만들어 부르는 노래를 말합니다. 필자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 축에 듭니다만 교가를 부를 때면 언제나 신명 나서 목청껏 소리 높여 부릅니다. 이 때문인지 졸업한 모교의 교가는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가사와 곡이 잊히지 않고 또렷이 기억납니다. 위성초등학교 교가는 학교 다닐 때 노랫말의 의미와 곡의 리듬과 박자는 뒷전이고 친구들과 누구의 목소리가 더 큰가 내기 시합을 하며 교가를 열심히 불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와서 가사와 곡을 살펴보니 초등학교 어린이에게 딱 들어맞는 안성맞춤 교가라고 여겨집니다. 초등학교 졸업 삼사십 년 뒤 동문회 모임에서도 교가 부르는 기회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동문들이 가사와 리듬의 기억을 더듬느라 어색해했지만, 저는 자신있게 “천령봉 정기 받은 용산 옛터에/ 위천수 맑은 물이 감돌아 돌고/ 밝아 오는 아침 햇볕 온누리에 차네/ 바르고 굳세게 알찬 싹들은/ 뭉쳐서 자란다 위성 어린이”로 이어지는 위성초등학교 교가를 천령봉이 들썩이도록 큰소리로 힘차게 불렀습니다.함양중학교 교가는 악대부원 학생들의 주악에 맞춰 신명나게 열심히 불렀습니다. 1975년 무렵 함양중학교는 경남의 명문중학교답게 악대부가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가장 큰 행사인 입학식·졸업식은 당연하고, 월요일 아침 운동장에서 전교 학생과 교직원이 모두 모여 엄숙하게 진행했던 애국 조례는 물론이고, 광복절 같은 국가 기념일 의식행사는 악대부의 주악에 맞춰 반드시 교가 제창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그 당시 최강 함양중학교 핸드볼 운동부가 전국 제패를 하고 돌아오면 악대부를 앞세우고 함양시가행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들은 큰북, 작은북, 트럼본, 트럼펫 소리에 맞춰 발걸음도 가볍게 의기양양 교가를 신나게 불러재꼈습니다. ‘빠밥바 빠바밥바 빠바바 빠바밥바’ 전주에 이어 “지리산 맑은 정기 곱게 모인 곳/ 아늑하게 자리 잡은 천령 옛 터전에/ 오늘도 우렁차게 들려오는 종소리/ 세기의 새 역사가 여기서 이룩된다/ 함중의 전통 아래 뭉쳐진 우리/ 나라의 기둥이다 늠름하게 나가자”로 마무리되는 함양중학교 교가를 두류산 천왕봉에 가서 닿고, 함양 읍내가 떠나가도록 큰소리로 열심히 불렀습니다.거창고등학교 교가는 거고 정신을 강조한 교풍의 영향으로 모든 의식과 행사 끝에는 반드시 같이 불렀습니다. 강당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전교생이 교가를 부르면 사뭇 결기 찬 청년학도가 되어 작은 주먹에 힘이 쥐어졌습니다. “여명의 종소리 높이 울리고/ 슬기로운 서광이 비치는 곳/ 진리의 넓은 문 여기 열렸네/ 모여라 탐구의 청년 학도들/ 민주학원 건설에 전통 세우자/ 이름도 빛나다 거창고등교” 학우들과 어깨동무하고 죽전 만당이 떠나가도록 부르고 또 불렀던 거창고등학교 교가입니다. 경상국립대 교가는 입학식 날 지금의 진주시 칠암동 경대병원 대운동장에서 선 채로 배워서 한 번 불렀고, 졸업식 날 가좌동 운동장에서 또 한 번 불렀던 기억이 전부입니다. 대학의 교육과정이 전공 학과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다 같이 모여 교가를 부를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장백의 힘 줄기는 뻗어 솟은 방호산/ 낙동강 칠백리로 남가람은 흐른다/ 개천에 아득한 날 무지개 쌍 돋을 때/ 비롯된 겨레들이 죽고 죽어 살았다/ 보라! 대학 가 없는 동해의 푸른 파도/ 부딪혀 이끼 짙은 태고의 성을” 노랫말이 이상을 추구하다 보니 어렵거니와 곡도 어렵게 되어있어 부르기가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대학 4년을 다니면서 2번 밖에 교가를 못 불렀으나 가사와 곡을 지금도 기억하는 자체가 외려 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많은 세월이 흘러도 졸업생들을 동문이라는 하나의 끈으로 묶어 줄 수 있는 요인 중의 하나가 교가라고 여겨집니다. 학교의 교육이념이나 사상이 담긴 교가를 많이 부르다 보면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노랫말 가사에 담긴 뜻을 되새기고 닮고자 노력합니다. 덤으로 교가는 자연스레 기억되어 한평생을 갑니다. 교가 열심히 부르기 교육을 통해 자신이 졸업한 학교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기르고, 교가의 노랫말처럼 동량지재(棟梁之材: 한 나라나 집안을 떠받들어 이끌어 갈 젊은이)로 자라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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