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교실에 등록했습니다. 총 24시간 수업인데 순두부찌개,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 각종 찌개와 고추장 멸치볶음, 알탕, 시래기 홍합밥, 황태국, 계란찜, 두부김치... 등등 배우고 있습니다. 라면 말고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던 내가 요리를 배우고 직접 만든 걸 가족이랑 먹으니 뿌듯합니다. 모든 게 첨이라 서툴고 허둥대고 쉽지는 않지만 재밌습니다. 이렇게 재밌는 걸 왜 이제 시작했을까 싶네요. 컴퓨터 못하는 사람을 컴맹이라 하고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을 기계치라고 하지요. 요리 못하는 사람은 뭐라고 하나요? 요리맹? 요리치? 요리꽝? 요샛말로 요알못 이라고 하더군요. 요알못에서 하루 빨리 탈출해서 평범한 농부의 삶에 약간의 색채를 더해볼까 합니다. 사는 일이 다 먹자고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요리 교실에서 어제 배운 요리는 맛 된장 만들기, 된장찌개 그리고 전복 가지밥 입니다. 재료와 만드는 법 설명 듣고 실습을 하는데 돌아서니 깜깜합니다. 레서피와 이웃이 만드는 걸 훔쳐보며 된장찌개를 만들었는데 이웃 학생이 맛을 보더니 “이상하게 맛있네~ 내 껀 맛이 별론데...”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맛을 보니 정말 칼칼하고 맛있습니다. 된장찌개, 전복 가지밥도 만들어 저녁에 가족이랑 먹는데 된장찌개가 특히 인기가 좋았습니다. 남원에 산채비빔밥 맛있게 하는 식당에서 나오는 고급된장찌개가 생각날 정도였습니다. 왜 이리 맛있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비결은 실수로 땡초를 두 개 넣은 것입니다. 레서피에는 땡초 한 개만 넣게 되어 있었는데 양념장용으로 따로 준비해둔 땡초를 실수로 더 넣은 것입니다. 전복 가지밥도 쩔쩔매며 겨우 만들었는데 거짓말처럼 맛있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완성된 사진을 찍는 걸 깜박했습니다. SNS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기념비적인 작품은 최소한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겨야하는데 만든다고 정신없었고 먹는다고 생각이 없었습니다. 다시 만들게 되면 아마도 새로운 맛으로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홍합죽과 무말랭이 무침을 만드는 날에는 수업 직전까지 치과 진료를 받는 바람에 점심도 못 먹고 만든 음식 맛도 못보고 힘들었네요. 앞니에 문제가 생겨 치과에 갔는데 임플란트를 하게 되어 대문니를 마악 빼고 수업시작 오 분 전에 겨우 도착했습니다. 잇몸을 꿰매고 솜을 꽈악 문 채 마취가 덜 풀린 상태에서 수업을 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날은 하루 쉬고 제 시간에 점심이나 먹을 걸 괜한 미련을 떨었던 거 같습니다. 이빨이 아픈데 요리가 다 뭐라고 말입니까. 어쨌든 발치 후 상처가 아물 때까지는 유동식을 먹으라고 해서 마침 그날 만든 홍합죽은 잘 먹었습니다. 이번 요리 교실은 요알못 남자들을 위한 것이라 밑반찬, 찌개, 냄비밥 같은 기초 과정입니다. 비록 초급 요리지만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피자도 만들어보고 새우 햄버거도 만들어보고 정통 이태리식 파스타도 만들어보고 싶지만 아직은 어림없습니다. 하지만 요리는 무조건 어렵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의 틀에서 벗어난 것만도 큰 성과입니다. 열심히 배우고 꾸준히 연습해서 하루 빨리 요알못에서 탈출하고 “오늘 저녁은 내가 준비할께~”하며 어깨 힘 한번 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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