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룸과 캐노피를 만들고 싶다고 아내가 말을 꺼낸 지 3년쯤 된 것 같다. 해가 잘 드는 남향 베란다 데크에는 폴딩 도어가 달린 썬룸을 설치하고, 현관 출입 데크에 캐노피를 설치하면, 겨울에는 해가 잘 드는 썬룸에서 따뜻하게 식사를 할 수 있고, 여름에는 캐노피 아래에서 우아하게 야외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좋은 생각이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나는 여름에는 썬룸이 더워 오히려 없는 것이 더 좋을 것이고, 캐노피도 굳이 만들지 않아도 모과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을 놓고 얼마든지 우아하게 야외식사를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돈이 많이 들어서 반대한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 내가 설득력도 없고 비상식적인 이유로 반대를 하면 할수록 아내의 결심은 확고해졌다. 삼년을 밀고 당기고 하다 보니 썬룸과 캐노피는 이제 아내의 숙원사업이 되어버렸다. 나는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모든 비용을 아내가 지불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더 이상 훼방만 놓는 나랑 상의하지 않고 직접 업체에 연락해서 비교 견적을 받고 시공사 선정까지 마무리 했다. 한편 비용문제에서 자유로워진 나도 이제는 좀 더 아름답고 효율적인 썬룸을 만들고 싶어졌다. 안 그래도 지난 달 용인 전원주택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친구가 최근에 썬룸을 만들었다고 해서 구조를 눈여겨보았다. 고급 전원주택에 높이가 2미터 60센티 정도 되는 5평 넓이 썬룸 이었는데 겨울에 특히 활용도가 높다고 자랑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전원주택에는 썬룸이 필수였다. 겨울에는 썬룸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고 했다. 재주가 많은 친구는 야외 정원용품 보관 창고도 직접 만들었는데 정원용품 판매하는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보고 그대로 만든 것 같았다. 그 정도는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조만간 만들어보려고 구상중이다. 사실 썬룸과 캐노피도 재료만 주문해서 내가 직접 설치해보려고 지난해부터 많이 알아보았는데 자신이 없었다. 언제나 생각으로 시작해서 생각으로 끝났다. 어쨌든 수일 내로 썬룸이 들어설 자리에 데크를 들어내고 시멘트를 타설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데크 위에 바로 썬룸을 올리기로 했는데 데크가 이십년 정도 되어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데크를 콘크리트 바닥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정도는 내가 직접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가 아무래도 사람을 부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도 전문가에게 맡겼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직접해보니 전문가가 괜히 전문가가 아니었다. 썬룸이 들어설 데크 바로 옆에 강아지 울타리가 있는데 이번에 옮기기로 했다. 펜스로 울타리를 세우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 아들이랑 둘이 했는데 막상 해보니 이것도 쉽지는 않았다. 이 일을 하기위해 햄머드릴을 하나 구입했고(어차피 시골에 사는 사람에게 하나 정도는 있어야할 공구니까), 철제 펜스를 사가지고 왔고, 레미탈을 20포 사가지고 왔다.( 처음 8포 사왔다가 모자라서 10포 더 사왔다. 문을 다는데 높이가 안 맞아 한포 더 사오고 또 안 맞아 한 포 추가 사옴) 아들과 내가 일주일 걸려 소박한 강아지 울타리를 완성했는데 솔직히 마음에는 안 든다. 하지만 썬룸과 캐노피는 실력있는 전문가에게 맡겼으니 기대한 만큼 멋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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