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충혈이 되어 안과에 갔더니 충혈이 된 게 아니고 출혈이 된 거란다. 건조해서 그런 거니 처방해주는 안약을 잘 넣고 약이 떨어지면 다시 오라고 한다. 심각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낫지만 간혹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관리를 소홀히 했는지 나았다가 터지기를 반복했다. (터진 자리가 아물고 딱지가 생기면 그 딱지가 떨어지며 터지기를 반복한다고 함.) 나아질 기미가 안 보여 다시 병원에 갔더니 (간혹 생기는 그) 염증이 생겼단다. 그래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니 안약을 꾸준히 넣으라며 새 약을 처방해주었다. 요즘 두 달째 안약을 달고 사는데 여태 이런 적이 없었다. 이 모든 것이 건조해서 오는 것이라고 한다. 올 겨울은 유난히 건조하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올 겨울은 눈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비도 오지 않았다. 지리산 엄천골에 집짓고 20년 올 겨울처럼 가물기는 처음이다. 게다가 유난히 춥다. 보름 전에 봄이 오는가 싶어 크로커스와 수선화 모종을 사 왔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심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지금 심으면 이미 올라온 새순이 얼어버릴 것이다. 페이스북에 올린 지난 글들을 보니 매년 이맘 때 개구리 울음소리 들렸고 고로쇠 수액이 나왔다.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농가는 지금 한창 물을 받을 때인데 비교적 일찍 시작하는 남쪽 지방에도 고로쇠가 나왔다는 소식이 없다. 그동안 워낙 가물었기에 날씨 풀려도 고로쇠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설마 오겠지 하며 애타게 기다리는 눈도 비도 안 오니 농부는 한 해 농사가 걱정이다. 양념 꽃게장을 먹다가 치아를 자극했다. 꽃게 다리를 와작 깨무는데 잇몸이 찌릿했다. 깜짝 놀라 거울 앞에서 (양념으로 칠갑한) 하마 입을 벌려보니 수십 년 전 때운 치아가 수상하다. 때운 자리가 아무래도 깨진 모양이다. 예약을 하고 치과에 갔다. 갈 때는 신경치료부터 보철까지 각오하고 갔는데 막상 의사는 깨진 것이 아니고 일시적인 거니 두고 보자고 한다. 치아를 오십년 이상 사용했기에 약해져서 그럴 수가 있는데 반복적으로 계속 아프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한다. 이 의사는 내가 “잇몸이 시리다~ 어떻다~” 하고 호소하면 “오십년 이상 사용하지 않았소?” 하며 나이 탓으로 돌린다. 안과 의사는 날씨 탓, 치과 의사는 나이 탓,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아내랑 아들이랑 모처럼 영화를 보았다. 아들은 스마트 폰 때문에 진주에 갈 일이 있었다. 나는 같은 날로 치과 예약을 했고 아내는 가는 길에 영화를 보자며 날을 잡았는데 코로나 이후 조심하느라 실로 오랜만에 간 것이다. 갔는데 아무리 코로나 상황이고 평일이긴 했지만 그 큰 극장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건조해서) 눈이 터진 것보다 (오래 사용한)치아가 찌릿했던 것보다 더 충격이었다. 극장에 있는 식당은 평소에는 붐빌 점심시간이었는데 손님이라고는 우리 가족이 전부였다. 예전에 보았던 이런 저런 가게들은 대부분 폐업했다. 입장권을 파는 직원이 안 보여 한 참 기다렸다가 표도 겨우 끊었다. 입장하는데 티켓을 체크하는 사람도 없었고 상영관에는 우리가족 3명이 전부였다. 방역수칙대로 마스크를 끼고 들어갔다가 아무도 없자 턱스크로 바꿨고 결국 벗었다.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영화도 재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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