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집(後集)110장마음의 작용을 잠재우면 문득 달 뜨고 바람도 불어오니 인간 세상이 반드시 고해만은 아니로다. 마음이 멀찍한 곳에 있으면 절로 수레의 먼지와 말발굽 소리가 없으니 어찌 자연을 그리워함이 병될 것까지 있으랴.<원문原文>機息時(기식시)에 便有月到風來(변유월도풍래)하나니 不必苦海人世(불필고해인세)로다. 心遠處(심원처)에 自無車塵馬迹(자무차진마적)이어늘 何須痼疾丘山(하수고질구산)이리오. <해의解義>마음에서 욕심을 잠재우면 절로 밝은 달이 떠오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이 세상이 그렇게 고해만은 아니다. 또한 마음이 속세와 멀면 속세에 살아도 그 시끄러운 소리가 저절로 들지 않게 되니 하필 조용함을 구하러 산 속으로 들어가야 할 필요는 없다. 이 글 역시 뛰어난 비유를 통해 모든 세상사의 근본은 마음임을 강조한 글이다. 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된 사고로 도연명의 글에 ‘초막을 짓고 인가 근방에 살아도 말과 수레의 시끄러움을 모르겠더라.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해서 그러한가. 마음이 속세에서 멀어지면 사는 그곳이 곧 외진 곳이어늘 동쪽 울타리 아래 핀 국화를 따노라’라는 아름다운 시가 있다. 도연명 역시 마음이 속세에서 멀어지면 그곳이 제자리리라 해도 속세에서 벗어났음을 노래한 것이다.<주註>機息(기식) : 마음의 활동을 쉼. 月到(월도) : 달이 떠오름. 何須(하수) : 어찌 모름지 ~하랴. 痼疾丘山(고질구산) : 자연을 사랑함이 고질병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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