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우리나라 쇼트트랙 대표선수들이 심판의 편파판정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대표 팀은 기대했던 메달 획득에 잇달아 실패하면서 급기야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서는 반중정서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중국에 대한 비난 여론 또한 뜨겁다. 그런 와중에서도 9일, 마침내 1500m 쇼트트랙 결승전에서 황대헌 선수가 꿈에 그리던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를 관전하는 관객들 뿐 아니라, 국내에서 영상으로 경기를 지켜 본 많은 국민들은 황대헌 선수의 이름에 대한민국을 섞어서 ‘대헌민국!’을 외치며 열렬히 응원했다. 결국 황대헌 선수 본인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환호성을 터트리는 순간을 연출해 냈다. 그동안 겪었던 편파판정에 대한 불만과 함께 분한 마음과 억울한 마음을 한꺼번에 풀어버렸다. 이 보다 앞선 7일, 말도 안 되는 페널티로 탈락을 하면서 부상까지 입었지만, 황대헌 선수는 스스로 무너지지 않았다. 그 결과 8일에 치러진 쇼트트랙 1500m 준준결승에서는 황대헌과 함께 이준서, 박장혁이 모두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날 중국은 남자 쇼트트랙 1500m경기에 세 명의 선수들이 출전했지만, 단 한 사람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 뿐 아니라, 이번 대회 혼성계주 2000m와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런쯔웨이마저 준결승전에서 반칙패를 당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은 맹활약을 떨치며 선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대선을 앞 둔 국내 정치판은 날이 갈수록 국민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각 당의 후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민들의 눈치만 살피기에 바쁠 뿐이다. 심지어 이번에 제기된 반중정서를 자신들이 득표를 위한 정략적인 도구로 이용하려는 작태까지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선수들에 대한 편파판정은 예정된 것이었다는 관측도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재계서열 1위인 삼성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국제빙상연맹에서 손을 뗐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편파판정에 대한 책임을 삼성측에 떠넘기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미 상업화로 치닫고 있는 IOC에 대해 그동안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삼성이 손을 놓으면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홀대를 당했다는 주장이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다. 특히 1997년부터 20년 동안이나 대한빙상연맹을 지원해 왔던 삼성이 국정농단 이후로는 아예 스포츠에서 손을 뗀 것이 우리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악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지난 4, 5년간 우리나라 빙상계가 그야말로 된서리를 맞았다는 얘기다. 삼성이 그동안 대한빙상연맹의 회장사로서 지원했던 200억 원에서 300억 원에 이르는 재정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게 되었고, 우수한 선수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제스포츠외교는 매우 중요하다. 국제 스포츠 인사들과의 관계라든지 국제심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편파판정은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국제 스포츠 판도 이럴진대 정치야 오죽하겠는가? 대선을 앞 둔 시점에서 과연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얼마나 제대로 관리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의 관리와 감독을 받지 않은 정치인들이 대통령 후보로 나와서 온갖 페널티를 자행하는가 하면, 후보들 스스로 편파판정을 내리는 등 국민을 기만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과 이번에 열리고 있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보면 그야말로 격(格)의 차이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작금의 우리나라 대선판이 베이징 올림픽을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정치권에서도 한 목소리로 중국을 성토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알 수 없다. 중국에서 월드컵 축구경기가 열리면 우승은 중국이 차지하게 될 거라는 비아냥 속에 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비상식과 아전인수식의 편파판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손님을 초대해 놓고서 뒤통수를 치는 사기 스포츠의 민낯을 여실이 드러내 놓고 있는 중국을 보면서 수준 이하의 파렴치한을 보는 듯하다. 같은 맥락에서 국내 대선판을 바라보는 민심 또한 다르지 않다고 본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다만 국민을 바보로 보는 정치꾼들이 바보일 뿐이다. 국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부끄러움도 모르는 후보가 누군지, 거짓말과 자기변명만 늘어놓는 후보가 누군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대통령직을 넘보는 후보가 누군지, 올바른 정치 철학도 없고, 경험이나 능력도 없는 후보가 누군지, 유권자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찍어주는 유권자들이 있기 때문에 정치꾼들은 대놓고 오만함과 방자함으로 밀어붙이는데 이력이 나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일엽편주와도 같다. 후보자들의 양심을 믿기는 이미 글렀다. 우리의 미래는 오직 유권자의 양심에 달려 있다. 만약 우리의 양심마저 내동댕이친다면, 나라의 운명은 불을 보듯이 뻔하게 될 것이다. 당신이 외친 ‘대헌민국’이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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