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이 찐다는 가을입니다. 황금색 들판의 가을. 그래서일까요?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라고도 한다지요. 들판의 벼 수확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풍요가 느껴지네요. 한국은 현재 배고픈 시절은 아니지만 동내 할머니들 말씀으로는 예전엔 보릿고개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보리가 익기도 전에 배를 채우기 위해 보리를 수확하여 죽을 만들어 먹었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소나무 껍질을 벗겨 죽을 쑤어 먹기도 했다는데 이렇게 잘사는 한국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니 그 시절을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사실 가슴 깊이 실감 되지는 않네요. 밤 수확이 끝나고 판매도 어느 정도 끝이 보이고 있어서 오늘은 늦은 고구마 수확을 하였는데 고구마가 참 튼실하고 좋아서 고구마를 캐면서 수확의 기쁨을 느껴 보았답니다. 제법 많은 수확을 하였는데 우리 가족이 먹기에는 많은 듯싶네요. 기회가 되면 나중에 주변에 나눠 먹더라도 우선은 보관을 해야 해서 고구마 보관법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그리 어렵지는 않더군요. 먼저 고구마를 3~4일 그늘에 두어 흙과 물기를 말린 후 공기 잘 통하는 박스에 신문지를 깔고 고구마를 넣어두면 끝이더군요. 보관 적정 온도가 있긴 하지만 그렇게 춥지 않은 12도 내외의 방에 넣어 둬도 된다고 하니 며칠 뒤 그렇게 해볼 생각이랍니다. 동네 할머니들 이야기로는 고구마는 보관할 때 장소를 옮겨가며 보관하면 썩는다고 하는데 그 부분도 참고해야 할 듯싶네요. 지난해엔 누렁 호박을 빈방에 보관했었는데 실수로 보일러를 넣어 방을 따뜻하게 하여 몽땅 썩혀버린 기억도 있답니다. 올해도 누렁 호박을 많이 수확했는데 남편이 여기저기 수십 덩이는 나눠 주고도 아직 십여덩이가 남아있어 올해는 꼭 버리는 일이 없도록 잘 보관해야 할 듯싶습니다. 남편은 나눠 주는 건 좋아하지만 버리는 건 얼굴에서 표가 날 정도로 아까워하는 성격이거든요. 시아버지를 십년 이상 모시고 살았었는데 요즘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편이 아무래도 시아버지 성격을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하긴 보릿고개와 배고픔의 한국 역사를 생각해보면 버리는 게 얼마나 아까울까 싶기도 하고 대부분 사람이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할머니들이 고생하던 세상과는 이제는 세상이 바뀌고 배고픔 없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낭비하거나 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어느 계층에서도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싶네요.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쯤인가? 누군가 그러더군요. 오히려 가난하고 구걸하며 먹고 사는 사람이 음식 귀한 줄 모르고 아까운 줄 모른다고요. 그때는 그 말의 의미도 몰랐고, 별로 관심도 가지 않았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곰곰 생각해보니 참 의미 있는 말 같더라고요. 한국 사회는 다양한 계층이 어우러진 복합 사회이면서도 외형으로는 삶의 차이가 없어 보이는 평등 사회를 향하고 있는 모습 같아요.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게 하고, 제도와 정책이 인권과 평등을 위해 정착되어가는 대한민국. 가을의 풍요와 함께 사람들 마음에도 진정한 풍요가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코로나가 길을 막고 있어서 고향에는 언제 한번 가보게 될지 모르겠네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또 다른 수많은 분들에게도 불안과 절망을 벗고 희망과 행복이 하루빨리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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