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집(後集)93장글은 졸(拙)함으로써 나아가고 도는 졸함으로써 이루어지니 이 졸(拙)자 한 자에 무한한 뜻이 있다. 만약 ‘복사꽃 핀 마을에 개가 짖고 뽕나무 사이에 닭이 운다’고 하면 그 얼마나 순박한가. 그러나 ‘차가운 연못에 달이 밝고 고목에 까마귀 운다’는 데에 이르면 비록 교묘하기는 하지만 문득 쓸쓸한 기상이 있음을 느끼게 될 뿐이니라.<원문原文>文以拙進(문이졸진)하고 道以拙成(도이졸성)하나니 一拙字(일졸자)에 有無限意味(유무한의미)니라 如桃源犬吠(여도원견폐̖̖)와 桑間鷄鳴(상간계명)이 何等淳龐(하등순롱)고 至於寒潭之月̖(지어한담지월)과 古木之鴉̖(고목지아)하여는 工巧中(공교중)에 便覺有衰颯氣象矣(변각유쇠삽기상의)니라.<해의解義>모든 것은 순박하고 주민에 꾸밈이 없어야 진보 발전하여 완성단계에 이른다. 지나치게 수식하고 기교가 뛰어난 문장은 교묘한 데는 있을지라도 너무 작위적인 맛이 풍겨 오히려 생기없고 딱딱한 문자의 나열에 지나지 못할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순수하고 소박한 문장은 꾸밈없는 진솔한 표현 속에 따스한 애정이 스며들어 누가 읽어도 감동을 준다. <주註>拙(졸) : 서투른 것, 꾸밈없이 순박한 것. 桃源(도원) : 복사꽃 핀 마을, 도연명의 시에서 인용된 것. 何等(하등) : 얼마나. 淳龐(순롱) : 순박하고 진솔한 것. 衰颯(쇠삽) :쇠퇴하여 쓸쓸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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