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지나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됐습니다. 가을을 일본에서는 식욕의 계절, 독서의 계절, 예술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여러분은 가을 어떻게 보내려고 계획하고 계신가요? 며칠 전, 막내딸과 이야기하면서 “요즘 왠지 마음이 가라앉은 것 같아, 피곤해서 그런가?”라고 했더니 딸이 “아니 가을이라서 그래요”라고 했습니다. 설마 막내가 그런 감성적인 답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너무 웃겨서 둘이 마주보면서 웃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예언을 잘 한다고 알려진 소년이 11월에 코로나가 괜찮아진다고 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들었어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만 요즘 일본에서는 하루 확진자수가 400명 이하로 줄었으며 작년 6월 이래 도쿄는 이번 달도 50명 이하로 내려갔습니다. 혹시나 그 예측이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제 고향에서도 여름에는 거리두기 4단계까지 격상됐었기 때문에 걱정을 했지만 지금은 1단계까지 내려갔습니다. 일본에서 코로나에 걸려본 적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명중 1명은 아직도 후각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거나 피로에 시달리며 후유증에 고생하고 있답니다. 예방접종의 효과로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 예방접종에 따른 사고도 많은 것 같습니다. 국가적인 면에서 보면 일단 환자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도록 하는 것이 먼저지만 완벽한 코로나대책을 잡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일본의 만화를 보며 많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볼 시간이 많지는 않아서 다른 일을 하면서나 잠시 시간이 생겼을 때 컴퓨터로 봅니다. 요즘은 컴퓨터에 영화나 TV만화, 드라마를 한달 얼마씩 내면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저는 가입 안했지만 딸이 가입했던 “넷플릭스”라는 앱을 저도 쓸 수 있어서 가끔 이용합니다. 제가 보는 만화의 제목은 “하이큐”라고 합니다. 배구를 좋아하는 고등학생 이야기입니다. 제가 그 만화에 빠진 이유가 초등학생, 중학생 때 방과 후 활동으로 배구를 했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마 시청하시면 아시겠지만 그런 부분뿐만 아니라 마음을 밝게 해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대박이 나서 그 만화의 뮤지컬까지 나왔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년 만화잡지 “잠프”에서 2012년부터 시작해 2020년7월까지 8년 동안 연재되었던 만화입니다. 일본에서는 방과 후 활동을 많이 합니다. 특히 스포츠부문은 시군부의 대회 또 전국대회를 목표로 각 학교가 치열하게 싸웁니다. 하이큐에 나오는 고등학생들처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만화에 나오는 고등학생들이 여러 시련을 겪으며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많은 청소년들이 희망을 느끼고 또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사회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 살아가는 어른들도 더 많은 용기를 얻었을 것입니다. 주인공인 소년은 고1때 키가 162cm밖에 되지 않지만 프로 선수까지 하게 됩니다. 프로선수가 되었을 때도 키가 172cm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핸디캡을 이유로 하지 못하겠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 만화를 계속 본 사람들은 주인공의 성장에 자기 자신을 이입시키고 울고 웃으며 자기에게 있는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을 것입니다. 배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 팀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학교의 팀워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조화의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팀을 구성하는 각 구성원 모두의 단점, 장점을 똘똘 뭉쳐 그 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조화를 추구하는 모습이 단체경기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인 것 같습니다. 이 만화를 보면서 배구를 열심히 하던 어린 자신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고등학생일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외국인들이 일본 지하철을 탔을 때 양복을 입고 출퇴근하는 어른들의 대부분이 만화책을 보고 있는 것에 놀랐다는 것입니다. 외국인에게는 유치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 때 저는 솔직히 부끄럽다고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없는 그 시대에 어른들이 사회의 어려움을 견디고 희망을 가지기 위해 하는 하나의 노력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이 나이가 되었지만 “하이큐”라는 만화를 보며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느꼈고 시간은 늘 앞으로 흘러간다는 당연하지만 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미래의 경험자는 이 지구상에 한사람도 없습니다. 다음 순간 무엇이 일어날지 완전히 꿰뚫고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말이죠. 예측은 가능해도 현실이 아닙니다. 어디에도 늘 예외가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미래를, 그리고 목표를 잃었던 청소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간이 살아 있는 한 반드시 미래는 변합니다. 문제는 인간이 어떤 마음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지 입니다. 우리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팀워크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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