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서하면에 2년 만에 아이가 태어나는 경사스런 날이 있었다. 온 마을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태어난 아기가 올해로 벌써 두 살이 되었다. 서하면에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를 퍼지게 했던 아이의 엄마가 박은미(42)씨다. 서울에 살던 박은미씨는 13살, 11살, 5살, 2살 아이를 둔 다둥이 엄마로 서하초등학교 하나만 보고 함양으로 귀촌했다. 그녀가 뉴스로 접한 정보는 농촌유토피아사업이다. 경남도, 함양군, LH,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서하초학생모심위원회로 구성된 기관이 협력하여 폐교위기에 직면한 서하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추진한 작은학교살리기 사업이다. “학생모심이라는 단어가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학생을 모신다고 하니까요. 집도주고 직장도 구해준다 해서 이슈가 됐죠. 입학설명회에 참석하고 신청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경쟁이 치열했어요. 5가구를 뽑는데 3자녀 기준으로 계산해도 15명가량 모집인데 당시 144명의 학생이 지원했어요” 운이 좋게 기회를 잡은 박은미씨의 함양살이는 그렇게 시작됐다. 막내가 태어나고 군수님의 축하전화를 받고 LH공공임대주택 착공식에서 기념촬영도 참여했다. 입주 전까지 살았던 거기마을 회관에서의 생활도 잊지 못한다. 그해 겨울 등굣길에 차 시동이 걸리지 않아 난감해 할 때 이장님께 구원요청을 했더니 “걱정하지 마이소~”라며 달려와 주었다. 아이돌봄이 필요할 땐 서하교회의 보살핌을 받기도 했다. “군수님이 전화 왔을 땐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니까요. 아기 낳았다고 그런 축하를 받는 건 상상도 못했죠. 거기마을 이장님의 경상도사투리가 너무 인상적이었고 든든했어요. 주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곳 생활을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박은미씨는 서울에서 함양 생활에 도움이 될까하여 한국사능력시험, 클레이지도사, 종이접기지도사, 방과후교사자격증, 독서지도사 등을 땄다. 현재 LH함양서하어린이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다. 도서관은 LH공사에서 1000권, 지역민이 200권의 책을 기증해 총1200권을 보유하고 있다. 어린이도서관이라고 어린이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에게는 사랑방, 아이들에게는 놀이방, 서하초학부모들에게는 모임장소로도 활용된다. 서하초·어린이집에 세 아이를 보내는 박은미씨는 학교문턱을 낮춘 신귀자 교장선생님 덕분에 학교와의 유대관계가 더 돈독해 졌다고 말했다.  박은미씨는 지리산작은변화공모사업에 LH주택 입주자들의 활동사업을 신청하여 선정됐다. 그녀는 서하초 학부모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을 변경하여 ‘뚜벅뚜벅마을탐방’을 진행했다.  서하초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우전, 송계, 오현, 은행마을을 탐방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어르신께 간식도 나눠 드렸다. 아빠와 함께 물풍선 던지기를 하고 부모님이 참여하지 못한 가정에 교장선생님이 엄마가 되어 주었다. 우전마을에서는 스프링클러를 틀어주어 아이들이 마음껏 물놀이를 하고 보물찾기로 아이들 손에는 선물이 가득했다. 이를 계기로 학부모 활동이 더욱 활발해져 잠시 멈추었던 ‘책읽어주기’활동도 하게 됐다. 그녀뿐 아니라 아이들도 함양생활을 만족해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 가장 중요해요. 전입했을 때 친구들이 텃새를 부리기보다 새 친구가 생겼다고 너무 좋아해 주었어요. 함께 편 나눠서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다고요” 아이들은 작은학교의 혜택을 맘껏 누리고 있다. 수준별학습과 영어차별화 교육, 특히 수준높은 영어캠프와 방학 중에 열린 영어페스티벌은 아이의 영어수준을 단시간에 상승시켰다. “입학설명회 때 이야기 해 주신 많은 것에 대한 약속을 모두 지켜주셨어요. 아이들에게 늘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코로나 시기에도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꾸준히 하고 있죠. 아이들 사진으로 채워진 앨범을 받고 얼마나 감동했는지 몰라요” 마트에 초코우유가 없어도, 집 근처에 키즈카페가 없어도, 차가 없으면 도서관에 오기 힘들어도... 집앞 텃밭에서 고추를 따 먹고, 급할 땐 돌봄교실에 아이를 맡기고 마을주민들과 가족처럼 지내는 함양살이가 이런 것쯤은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행복한 시골삶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