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이 깨는 바람에 거실 소파에 누워 TV를 켰다. 보려고 켠 것은 아니고 켜놓고 잠을 좀 청해볼까 해서였다. 했던 말 하고 또 하는 TV는 효능이 뛰어난 수면제다. 이 특수기능에는 중독성이 있다. 한 때는 두껍고 유명한 소설책을 수면용으로 애용하기도 했다. 노벨상이나 맨부커 상을 받은 누구나 한번쯤 제목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두꺼운 책을 읽으면 잠이 잘 오는데 요즘은 유감스럽게도 눈이 피곤해서 이 방법은 거의 이용을 못하고 있다. 또 한 때는 성능 좋은 해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하기도 했다. 바흐의 평균율이나 골든베르크 변주곡은 효능이 뛰어난 수면 음악이다. 단 보통의 연주가가 연주한 것을 들어야한다. 평균율과 골든베르크 변주곡이 아무리 효능이 뛰어난 수면 음악이지만 글렌 굴드 같은 사람이 연주한 걸 들으면 효과가 거의 없고 오히려 말똥말똥해져 버린다. 나이가 들면 초저녁에는 잠이 많고 새벽잠이 없어진다고 한다. 나는 늦은 밤에 잠을 청하기 위해 바둑 TV를 본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신진서나 최정 같은 입신들의 바둑은 효과가 즉시 나타난다. 새벽 너무 이른 시간에 눈이 떠졌기에 안방에서 자는 아내가 깰까봐 볼륨을 줄이고 TV를 켰는데, 전남 장성에서 농산물 가공센터를 만든다고 한다. 관심뉴스라 볼륨을 살짝 높였다. 보도에 따르면 일차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위해 지자체에서 대규모 농산물 가공공장을 만들고 농민들이 가공식품을 만들게 지도하고 판매까지 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하는데, 일차 농산물을 그대로 판매하는 것과 가공하여 판매하는 것은 2.5배~3배 정도 소득 차이가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뉴스라 볼륨을 더 높였다. 전남에는 현재 이런 농산물가공센터가 17군데나 있는데 내년에 더 늘린다는 말에 잠이 싹 달아나서 커피 한잔 마시며 결심했다.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전남으로 이사를 가야겠다고. 7년 전인가 함양정보화농업인들과 농산물 가공센터가 두 개나 있다는 완주 견학을 다녀와서 우리도 농산물 가공센터를 만들어달라고 함양군에 수차례 요청했더니 함양에는 이미 농산물 가공센터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가공센터에서는 시제품만 만들 수 있고 판매를 위한 생산시설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우는 아이 젖 준다고 혹시나 싶어 지자체에서 농산물 가공센터를 지을 때 지원을 해주는 농촌진흥청 담당에게 문의 해보았더니, 함양군은 10년 전에 한번 지원을 해주었기 때문에 타 지자체와 형평성을 고려해 또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샘플만 만들어볼 수 있는 가공(연습)센터 설립에 이미 지원을 해줬다는 것이다. 전라남도로 이사를 가기로 결심했다는 말은 아쉬워서 해본 말이고 나는 지금 식품가공시설 허가를 내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공장을 신축하지 않고 기존 건물을 용도 변경하여 허가를 내려고 땀을 흘리고 있는데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십년 전에 함양군이 가공연습센터를 만들지 말고 가공센터를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함양 농부들은 시제품 만드는 것만 도와주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할 것이라고 믿었겠지만 농민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했더라면 더 나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 ** 함양정보화농업인 밴드에 글을 공유했더니 이런 댓글이 달렸다. 1)정말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ㅜㅜ 2)그러게요. 진짜 필요한 걸해야 하는데... 3)완주 견학 다녀오면서 완주로 이사 가든지 해야겠다고 농을 하던 게 기억납니다. 기존 시설에 확충하는 방안이라도 마련해 주시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4)가공센터 공약하는 분 나오면 몰표 받을 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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