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집(後集)90장만물의 소리 고요한 가운데 홀연히 한 마리 새소리 들으면 문득 온갖 그윽한 멋을 불러일으키고 모든 초목이 시들어 떨어진 후에 홀연히 한 줄기 빼어난 꽃을 보면 문득 무한한 생기가 움직인다. 가히 천성은 언제나 메말라 있지 않으면 정신은 사물에 닿아서 활동하는 것임을 알 수 있도다. <원문原文>萬籟寂廖中(만뢰적료중)에 忽聞一鳥弄聲(홀문일조농성)하면 便喚起許多幽趣(변환기허다유취)하고 萬卉摧剝後(만훼최박후)에 忽見一枝擢秀(홀견일지탁수)하면 便觸動無限生機(변촉동무한생기)하니 可見性天(가견성천)은 未常枯槁(미상고고)하고 ̖機神(기신)은 最宜觸發(최의촉발)이로다.<해의解義>천지가 고요한 어느 한 순간에 어디선가 갑자기 들려오는 한 마리 새의 지저귐은 문득 온갖 그윽한 정취를 자아낸다. 모든 초목이 시들어 떨어진 뒤에도 홀로 피어있는 한 줄기 국화를 바라보노라면 문득 한없이 삶의 기운이 약동함을 느끼게 된다. 바로 이런 작은 일에서 천성은 언제나 메말라 있지 않다가 일단 사물에 닿으면 정신의 작용이 시작됨을 알 수 있다.<주註>萬籟(만뢰) : 만물의 음향. 弄聲(농성) : 지저귀는 소리. 卉(훼) : 풀, 초목. 摧剝(최박) : 시들어 벗겨짐, 떨어짐. 擢秀(탁수) : 꽃이 피는 것, 秀(수)는 이삭. 觸動(촉동) : 물건에 닿아 움직임. ̖機神(기신) : 활동하는 정신. 最宜(최의) : ~에 가장 적합함. 觸發(촉발) : 사물에 무딪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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