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20대 사진 올리기’ 바람이 불고 있다. 온라인 친구들 나이가 5060이 많은데 이들이 삼사십년 전 한창때 찍은 사진을 올리고 있는 거다. 바람이 시작된 지 제법 오래 되었는데 그칠 기미가 안 보이고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처음엔 이게 뭐지? 유행인가보다~하고 좋아요~ 좋아요~ 최고예요~누르고 넘어갔는데, 너도 나도 올리니 뭐야? 나도 20대가 있었는데 싶다. 먼지 쌓인 앨범을 펼쳐보니 백일 기념으로 사진사가 찍은 흑백 고추사진부터 초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사진관에서 띠 동갑 누님이랑 찍은 사진, 20대 한창이던 시절 등등 방바닥에 펼쳐놓고 보는데 재밌어서 허리가 아플 지경이다. 새삼 해묵은 사진을 보고 나니 왜 이런 바람이 불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기분이나마 옛날로 돌아가니 좋다. 나도 SNS에 옛날 사진들을 굳이 올리지는 않지만 잠시나마 행복하다.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 좋은 시절이었지~하며 말이다. 처음에 누군가가 자랑삼아 재미로 올렸을 것이다. 웃자고 한번 올렸을 것이다. 유행이란 게 이런 거인 모양이다. 누군가가 자랑삼아 바지를 길게 입고 나선다던지 치마를 짧게 입고 나서면 그게 멋있게 보여 따라 해보고 싶고 나중에는 짧은 바지나 긴 치마를 입은 사람은 유행에 뒤처지게 된다. SNS에 20대 사진 올리기 같은 유행은 재밌기도 하지만 요즘같이 코로나로 답답한 시기에 잠시나마 근심걱정을 잊게 된다. 옛날 사진을 올린 SNS 친구들과 직접 대면하고 차라도 한 잔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20대 사진이랑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하고 구라도 치면서 말이다.그 시절엔 사진 찍는 일이 일상이 아니었다. 요즘은 항상 스마트 폰을 소지하고 다니며 수시로 찍지만 그 시절에 사진은 특별한 날에만 찍는 행사였다. 아날로그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뒤 사진관에 가서 현상을 맡겼는데 필름 한 통에 스무 몇 장의 사진이 나왔다. 그런데 사실 스마트 폰으로 지금처럼 고화질의 사진을 부담 없이 찍게 된 것도 그리 먼 과거는 아니다. 10년 쯤 전 고화질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비싼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한 적이 있는데 스마트 폰 카메라 기능이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되는 바람에 비싼 카메라는 몇 번 써보지도 못하고 서랍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요즘 나오는 스마트 폰은 화질이 정말 좋다. 전문 작가가 아니라도 스마트 폰으로 충분히 멋진 사진을 찍을 수가 있다. 나는 SNS에 꾸준히 영농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올릴 때 사진 한 두 장은 필수기 때문에 나는 스마트 폰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 사진을 찍는다. 사진 많이 찍는다고 옛날처럼 돈 드는 게 아니니까 부담 없이 찍고 그중 잘 된 사진 몇 장 건져 글과 함께 포스팅 한다. 몇 년 전만해도 스마트 폰으로 찍은 사진은 해상도가 낮아서 책을 낼 때는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요즘 나온 스마트 폰으로 찍은 사진은 책을 낼 때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 지난달에 출판된 에세이 ‘고양이를 모시게 되었습니다’에 사용된 사진은 대부분 내가 앞마당에서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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