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에는 1962년부터 시작된 종합예술축제 ‘천령문화제’가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남원의 춘향제(31년 시작), 진주의 개천예술제(49년)와 더불어 삼남의 3대 문화제로 손꼽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남부지방에서 가장 활발하게 개최되었던 ‘천령문화제’에서는 음악, 미술, 문학 등 모든 장르의 예술경연대회가 펼쳐졌다. 특히 음악분야에서는 전국최대규모의 시조경창대회가 열려 전국의 시조명창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뿐만아니라 전국단위 음악경연대회가 열렸으며, 그 중 학교단위 악대부와 학주부가 참가하는 전국단위 합주경연대회도 개최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지금까지도 전국음악경연대회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기반을 바탕으로 1990년대 초까지 함양군에는 초등학교 13개교, 중학교 3개교, 고등학교 1개교 등 관내 대부분의 학교에서 합주부 또는 악대부 형태로 청소년연주단체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전국단위 각 종 경연대회에 참가하여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다.
현재 함양군에는 초등학교 2개팀, 중학교 1개팀, 고등학교 1개팀, 지역청소년오케스트라 1팀 등의 청소년연주단체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청소년오케스트라 교육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방과후교실, 동아리활동 등을 통해 소규모 단위의 청소년연주교육과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반은 2018년까지 지속된 함양군장학회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문예술법인 다볕문화는 이러한 청소년연주단체 인프라를 바탕으로 2005년 지역청소년들로 이루어진 다볕유스윈드오케스트라를 창단하여 운영하고 있다. 다볕유스윈드오케스트라는 2012년부터 매3년마다 해외공연을 기획하여 훌륭한 공연활동을 펼쳐 국제적인 청소년오케스트라로 성장하였다. 다볕문화는 다볕유스윈드오케스트라의 국제교류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세계 유명 음악홀 순례공연’이라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다볕유스윈드오케스트라의 해외활동을 지원하는 국제네트워크를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이러한 함양군의 청소년오케스트라 문화와 경상남도교육청의 학생문화예술교육정책이 어우러져 국내 최대 규모이자 최고권위를 가진 ‘대한민국학생오케스트라페스티벌’이 탄생하였다. 함양군과 경상남도교육청은 2018년 상호업무협약을 통해 함양군에서 매년 경상남도교육청과 함양군이 공동주최하는 학교단위 및 지역청소년 오케스트라 경연대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행사의 주관은 전문예술법인 다볕문화가 맡기로 하였으며, 함양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매년 8월 둘째 주 동안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개최 첫 해에 경상남도교육청과 함양군 및 다볕문화의 노력으로 ‘교육부총리상’을 확보하여 전국 최고의 권위를 확보하였으며, 전국에서 90여개팀이 참가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지난해와 올해에는 초청공연 형태로 집행되었지만 2022년에는 최소 100개 팀 이상이 참가하는 행사가 될 것이다.
다볕문화에서는 산하 청소년연주단체인 ‘다볕유스윈드오케스트라’를 세계적인 청소년연주단체로 육성하는 과정을 학문적으로 정리하였다. 이 결과물은 상임지휘자 전계준의 음악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되었으며, 2020년 국립 창원대학교 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전계준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하였다. 청소년오케스트라 육성 경험이 풍부한 전문예술법인은 이러한 경험을 전국에 널리 확산시키고, 지역단위 청소년오케스트라 연주단체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함양군에서조차 안정적인 지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그 노력이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함양군에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전국에 자랑할 수 있는 행사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오케스트라문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청소년오케스트라문화를 집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지속적인 성장과 타지역으로의 확산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
기초자치단체에서 해당지역 청소년오케스트라를 지원할 수 있는 최고의 시스템이 ‘시·군·구립’청소년오케스트라 창단이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이 가져올 수 있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수한 지도강사를 확보할 수 있다. 청소년오케스트라를 지도할 수 있는 전문 연주자들은 대부분 대도시에 생활근거지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자발적으로 거리가 먼 지역청소년오케스트라 연주단체 지도를 위해 나서지 않는 한 유능한 지도강사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적정한 수준의 강사비를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재원은 기초자치단체의 지원을 통해서만이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집행할 수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지역청소년오케스트라 연주단체들은 대부분 ‘시·군·구립’이 아니다. 따라서 정기연주회와 다른 청소년연주단체와의 교류활동, 특별공연 등을 비정기적으로 실행하고 있으며, 재정상황에 따라 집행하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계획 수립 등은 세울 수 조차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군·구립’청소년오케스트라 창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지역 내 문화예술활동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인력을 재생산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함양군에서 청소년들은 문화예술활동으로부터 소외된 계층이다. 대부분의 문화예술활동이 성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청소년들의 문화예술활동은 학교교육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청소년들이 지역의 문화예술 주체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내 문화예술인 재생산구조 또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함양군이 가지고 있는 청소년오케스트라문화를 바탕으로 한 함양군 군립청소년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된다면 연주 전공자가 많이 배출될 수 있으며, 이들은 다시 함양군으로 되돌아와 수준높은 지역문화예술을 재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함양군에서 군립 청소년오케스트라 창단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함양군은 2021 전국 메니페스토 경진대회에서 ‘지역문화예술’분야에서 ‘대한민국학생오케스트라페스티벌을 통한 청소년연주단체육성’이라는 주제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가 군립 청소년오케스트라 창단으로 이어지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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